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 5000만 원) 첫날 경기가 끝난 후 장유빈(22·신한금융그룹)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13번 홀(파4)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볼로 플레이를 이어가는 실수를 범해 오구 플레이로 2벌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직전 홀까지 이글 1개를 포함해 4타를 줄이며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던 터라 장유빈이 느낀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하지만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의 단단함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전날의 실수가 있었냐는 듯 이튿날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이며 리더보드 최상단을 꿰찼다.
장유빈은 4일 경기 여주의 페럼클럽CC(파72)에서 계속된 대회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떨어뜨리며 5언더파 67타를 쳤다. 이틀 합계 7언더파 137타를 적어낸 장유빈은 2위에 1타 앞선 단독 선두에 올라 7월 군산CC 오픈 이후 시즌 두 번째 우승 가능성을 부풀렸다. 우승이면 제네시스 대상 굳히기에도 힘이 실린다.
이날 장유빈은 찾아온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차근차근 타수를 줄여갔다. 10번 홀(파4)로 시작해 첫 홀부터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1타를 더 줄이고 전반을 마무리한 장유빈은 4번 홀(파4)에서 후반 첫 버디를 뽑아냈다. 티샷이 러프로 갔지만 두 번째 샷을 홀 1m 남짓한 거리에 붙였다. 이후 장유빈은 6번(파4)과 9번 홀(파5)에서 2타를 더 줄였다.
경기 후 장유빈은 “어제 경기를 끝내고 저녁에 숙소에서 오구 플레이 상황을 다시 봤다. 내 잘못이고 실수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오늘은 홀가분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최경주 선배와 같은 조로 경기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부드럽게 퍼트하는 선배를 보고 어제 후반부터 따라해봤는데 그게 오늘 보기 없는 플레이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장유빈은 이번 대회 우승을 거머쥐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제네시스 대상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각오다. 현재 장유빈(5378.64점)은 2위 김민규(4968.79점)에 약 400점 앞서 있다.
전날 선두에 올랐던 이수민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6언더파 단독 2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대상 포인트 2위 김민규는 변진재·이상희와 4언더파 공동 4위다.
‘탱크’ 최경주는 이날 1타만 잃어 3오버파 공동 39위로 컷 통과에 성공했다. 2019년 이후 5년 만의 이 대회 컷 통과. 54세 나이에도 아들뻘 선수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또 한번 확인한 것이다. 대회 호스트인 최경주는 올해도 ‘전복 특식’을 준비해 후배들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고향인 전남 완도군의 도움을 받아 완도산 전복을 식사와 함께 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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