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일대 약 111만㎡를 재개발하는 한남뉴타운 사업을 담당할 시공사들의 윤곽이 잡히고 있는 가운데, 구역별로 시공권을 둘러싼 갈등도 커지는 모양새다. 한남2구역은 시공사에 대한 ‘재재신임’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남3구역은 시공사에 대한 불만으로 사옥을 차량으로 들이받는 일까지 발생했다. 한남4구역은 불공정 논란으로 시공사 선정 전부터 잡음이 불거지고 있으며, 한남5구역은 반복되는 유찰로 수의계약을 고민하고 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남4구역과 한남5구역이 각각 시공사 입찰을 진행하면서 한남2~5구역으로 구성되는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수행할 모든 시공사가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다만 구역별로 시공사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먼저 한남2구역은 시공사인 대우건설을 상대로 ‘재재신임’ 절차를 밟고 있다. 대우건설이 수주 당시 내세운 ‘118 프로젝트’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118프로젝트는 남산 경관 보호를 위해 90m 높이 제한을 받고 있는 한남뉴타운 일대의 고도 제한을 118m까지 풀겠다는 것으로, 대우건설은 2022년 시공권 수주 경쟁 당시 이를 제안해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곧 고도 제한 완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거세졌고 대우건설은 118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 및 달성률을 결정하는 시한을 올해 8월 31일로 제시했다. 118 프로젝트가 불가능해질 경우 각종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겠다고 나선 덕분에 이후 열린 임시총회에서 대우건설 재신임 안건은 전체 742표 중 찬성 414표를 받으며 간신히 통과됐다. 하지만 118 프로젝트의 실행률이 2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사실상 실패로 결론이 나면서 조합은 대우건설의 시공권을 박탈하기 위한 ‘재재신임’을 안건으로 올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한남3구역은 지난달 조합 임원이 시공사인 현대건설 사옥 정문을 차량으로 들이받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갈등이 격화된 상태다. 수주 당시 약속했던 현대백화점 입점 등이 어려워지며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최근 한남4구역 사업에 한남3구역의 계획도로를 활용하겠다는 내용의 사업제안서를 배포했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 조합은 현대건설이 사전 협의 없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것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시공사 입찰공고를 낸 한남4구역에서는 불공정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조합이 책임준공 확약서 등이 담기지 않은 입찰지침서를 통과시켰는데, 이 같은 변경이 삼성물산 측의 요구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입찰을 준비하던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불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결국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에 “특정 시공사가 자사의 이익을 내세워 조합에 불리한 조건 등을 입찰지침서에 반영시키는 등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 입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돼 금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30일 열린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2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남5구역은 시공사 선정은 단독 입찰로 인해 연일 유찰되고 있다. 조합은 올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했는데, 두 번 모두 DL이앤씨만 입찰하면서 유찰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시공사 선정시 1개 사만 입찰할 경우 자동 유찰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2회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조합은 DL이앤씨와의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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