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가 오는 27일 치러질 중의원 선거에서 비자금 문제로 징계받은 의원 상당수를 공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총리와 당 지도부가 문제의 의원들을 ‘원칙 공천’할 방침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됐다. 철저한 논의를 강조해 온 이시바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말을 바꿨다는 비판까지 나오자 총리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뒤 주말 동안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선거대책위원장 등과 해당 사안을 논의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당 집행부와 회의를 연 뒤 기자단에 내용을 설명하며 “상당 정도의 비 공천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가 직접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자민당은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비공천보다 무거운 처분을 받은 사람 ▶‘비공천’ 징계보다 가벼운 경우라도 현 시점에 처분이 계속 되고 있으면서 정치윤리심사회에 소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설명 책임을 제대로 하지 않아 지역구에서 충분한 이해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등 세 가지 조건에 해당하면 공천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파벌의 정치자금 파티(행사) 금액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았던 의원들에 대해서도 공천은 하더라도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중의원선거는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병용하는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제’를 채택한다. 한 후보가 소선거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입후보할 수 있어 소선거구에서 패배해도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다.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징계 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을 낮추는 일종의 제재로 볼 수도 있다. 당 총재인 본인을 포함해 간사장 등 당4역도 비례에 중복 입후보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자민당 본부는 각 도도부현 연합회로부터 7일까지 공천 신청을 받는다.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는 9일까지 공천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이시바 총리는 “결과적으로 상당수의 비공천이 발생하게 되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는 관점에서 공천권자로서 책임을 가지고 최종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자민당은 올 4월 파벌의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해 총 39명에 징계 처분을 내렸다. 장부 미기재액이 500만엔 미만인 의원 등 45명은 처분을 받지 않고 간사장의 주의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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