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 선납이라는 단어를 다음 달로 넘김, 미리 냄이라고 바꾸니 부모님이 훨씬 쉽고 이해가 잘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고객에게 더 쉽고, 더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을 찾아드리려고 합니다.”
한글날을 이틀 앞둔 7일 만난 SK텔레콤(017670) 고객언어연구팀의 곽승표·김연희 씨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운 이동통신사 서비스와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이 고객과 가까워지는 방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고객언어연구팀은 2018년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는 소통 방식을 고객과 나누겠다는 취지로 신설된 후 SK텔레콤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모든 메시지를 검토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곽 씨는 “이통사는 서비스가 많고 문자도 많이 보내는 등 고객과 접촉면이 여느 기업보다 많다”며 “그런데도 약관이나 통신 용어, 통신사가 제공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용어를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꾸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이월이나 선납뿐 아니라 ‘일할 과금’ 등의 용어도 ‘사용한 날만큼 요금 청구’ 등으로 바꾼 게 고객언어연구팀의 성과였다. 곽 씨는 “처음엔 굳이 바꿀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누구보다 부모님이 이해가 잘된다고 하시는 걸 보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도 더 편하고 쉽게 바꾸려고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영어를 순화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통신 서비스 품질 용어인 ‘QoS(Quality of service·속도제어)’를 ‘Mbps로 계속 사용’처럼 1초당 전송되는 데이터량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김 씨는 “영어를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표현을 만들기도 한다”며 “영어로 된 용어를 그대로 쓰지 않고 우리말로 바꿔 쓰는 사례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통사 최초로 어린이 가입 고객을 위한 환영 메시지를 도입한 것도 고객언어연구팀이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개통 당사자인 어린이가 아니라 법정 대리인에게 ‘가입 환영’ 메시지가 간다는 문제 의식에서 연령대별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메시지에 반영하기로 했다.
통신사 가입 해지 안내 문자에도 이 같은 고민이 담겼다. 통신사 서비스는 아무리 짧아도 2년 이상 이용하기에 고객과는 적어도 2년 동안 함께한 사이라는 점에 착안해 해지 문자에 ‘고객님과 함께한 000일 동안 행복했습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마지막까지 감동을 주는 SK텔레콤’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곽 씨와 김 씨는 “감동을 받고 떠나셨으니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시지 않을까요”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객언어연구팀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또 다른 서비스도 시작했다. T 다이렉트샵의 상품 상세페이지에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활용해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바로 텍스트를 생성해주는 서비스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쉽고 짧으면서도 순우리말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 텍스트를 만드는 한편 고객들에게 해당 문자를 자동으로 보내는 시스템 역시 개발 중이다. 고객언어연구팀원들은 자체적으로 설정한 ‘고객 중심 언어’인 두 번 읽지 않는 언어, 8세나 80세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 나이·성별·직업 등과 관계없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한다는 목표가 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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