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유럽 최대 규모 전시회인 ‘CPHI 월드와이드 2024’에서 대규모 수주전에 나선다. 이번 CPHI는 미국 하원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는 생물보안법이 통과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글로벌 컨퍼런스다. 미중 갈등 전선이 제약·바이오 업계로 확대되자 전 세계적으로 중국 기업과 거래를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K바이오의 눈에 띄는 성과가 기대되는 분위기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8~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제약·바이오 콘퍼런스 ‘CPHI 월드와이드 2024’에 국내 기업 70여 곳이 참가한다. CPHI는 완제의약품, 원료의약품, 의약품 위탁생산(CMO), 임상시험수탁(CRO)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 행사다. 전세계 166개국에서 24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는 가운데 6만 2000여 명 이상이 전시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CPHI가 더 주목받는 것은 미 생물보안법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민의 건강·유전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바이오 기업과 미 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은 지난달 8일 미 하원을 통과했고 상원 본회의 의결을 앞뒀다. 중국 기업과 거래하던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업체들을 비롯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낮은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 생물보안법 통과 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2018년부터 매년 단독 부스를 마련해 CPHI에 참가하고 있다.올해는 전시장 메인 포스트에 138㎡ 규모의 부스를 설치하고 다양한 콘텐츠로 잠재 고객 발굴 및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진행한다. 특히 내년 준공 예정인 5공장을 포함한 세계 최대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78만 4000리터), 고객 맞춤형 위탁개발(CDO) 플랫폼, 항체약물접합체(ADC) 포트폴리오 등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소개한다.
셀트리온(068270)도 약 50평 규모의 대형 부스를 설치하고 브랜드 홍보와 파트너링 강화에 나선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를 비롯해 ‘스테키마’(성분명 우스테키누맙), ‘옴리클로’(성분명 오말리주맙) 등 파이프라인을 확대 중인 만큼 생산·공급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원부자재 공급사를 물색하는 한편 CMO 및 CDMO 신규 파트너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송도 바이오 캠퍼스 현황 및 미국 뉴욕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의 ADC 생산 기술력을 소개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송도에 메가플랜트 3개를 구축해 36만 리터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 시설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은 소염진통제 원료 ‘록소프로펜’을 비롯한 주력 원료의약품과 함께 신제품 ‘포스포아미다이트’를 홍보한다. 포스포아미다이트는 리보핵산(RNA) 기반 치료제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의 원료다.
유한양행(000100)과 한미약품(128940), 대웅제약(069620), 일동제약(249420), GC녹십자(006280) 등 전통 제약사들도 CPHI에 참가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네트워킹 강화를 위해 전시회 인근에서 ‘코리아나잇’을 열고 지원사격에 나선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 기회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우수한 품질의 의약품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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