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거를 찾겠다며 딸의 전 직장에 무단 침입해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훔친 모녀가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61)와 그의 딸 B씨(31), C씨(32)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12월 13일 새벽 3시 33분경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한 자동차 튜닝업체에 침입해 컴퓨터 본체 2대와 노트북 1대, 휴대전화 1대를 절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결과, B씨는 해당 업체 주인 D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를 제기한 상태였다. 이들은 증거 확보를 위해 B씨의 전 직장인 해당 업체에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딸에 대한 성폭력 범행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D씨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A씨 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성폭행을 당해 촬영됐다고 하더라도, 관련 영상물이 저장돼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성폭행 증거 확보라는 목적이 피해자의 사무실 물품을 절취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A씨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B씨는 양극성 정동장애가 있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B, C씨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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