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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는 알아서 할게요"…'민폐' 1인방송, 법적 처벌은?

개인 라이브방송·브이로그, 초상권 무법지대

1인미디어 늘면서 공공장소 곳곳에 BJ 활보

민사상 손배 소송 가능하지만…제재 어려워

"방송 크리에이터들의 책임감 있는 태도 필요"

서울경제 DB /해당 사진은 이미지생성 AI로 제작됨




스포츠 팬 김 모(27) 씨는 얼마 전 축구 경기장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다. 김 씨는 쉼 없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일기(브이로그)를 찍던 앞사람의 앵글에 자신의 얼굴까지 노출된 것을 보고 “얼굴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뒷좌석은 찍히지 않는다”고 우기며 촬영을 이어갔다. 김 씨는 “야구·축구 경기를 보러 갈 때마다 브이로그나 라이브 방송을 찍는 사람을 마주쳐 찝찝하다”고 토로했다.

1인 미디어의 발달로 개인 콘텐츠를 촬영하는 사람들이 급증한 가운데 각종 공공장소에서 시민들의 초상권 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실시간 방송이나 걸어가며 찍는 브이로그의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데다 형사처벌 대상도 아니어서 사후 제재 역시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플랫폼의 적극적인 가이드라인 고지와 함께 1인 크리에이터들의 책임의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0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온라인365센터에 접수된 초상권 침해 관련 상담 건수는 2022년 9건(개소 이후 6개월간)에서 지난해 34건으로 대폭 늘었다. 센터 관계자는 “접수된 주요 사례 중에는 유튜브 길거리 영상에 본인이 마스크하고 걸어가는 모습이 찍힌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4년간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초상권 침해 관련 상담 건수 역시 매년 300~400건을 웃돌고 있다.

초상권 침해 문제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 1인 콘텐츠크리에이터들의 브이로그·라이브 방송이 흥행하면서 특히 심화하는 모양새다. 카페·길거리·학교 등 일상적인 장소는 물론 축제·놀이공원·휴가지·대형 집회 등 특수한 경우 잦은 빈도로 ‘셀카봉’을 든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며칠 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불꽃축제에 다녀온 조 모(26) 씨도 길거리에서 여러 차례 생방송을 진행하던 인터넷방송인(BJ)을 마주쳐 불편을 겪었다. 조 씨는 “대놓고 길거리를 카메라로 비추길래 다들 얼굴을 가리고 피했다”고 말했다. 서울 대형 쇼핑몰에 새로 연 음식점을 찾았던 이 모(29) 씨 역시 “식당 한가운데에서 촬영을 하길래 음식이 나오기 직전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급히 나왔다”며 ‘핫플’을 방문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초상권 침해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만큼 시민 개개인이 적극적인 제재에 나서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위해 자신이 찍힌 영상을 직접 찾아내고 식별 가능성, 상업 목적의 무단 사용, 계약 범위를 넘는 무단 사용 등의 요건이 성립하는지 가려낼 만큼 ‘품이 드는’ 대응을 하기보다는 포기하는 편이 빠르기 때문이다.

한 유튜버의 채널에 한국 길거리 곳곳을 촬영한 영상이 올라와 있다. 해당 영상들에는 행인들의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유튜브갈무리


특히 촬영물이 게시된 플랫폼이 유튜브 등 해외 기업 기반일 경우 더더욱 영상물 삭제가 어렵다. 실제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모습이 최근 미국 길거리 방송 유튜버에게 포착된 사건과 관련해 하이브 측은 국내 사이트 내 게시물에 대해서는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모두 임시 조치를 요청했지만 정작 원본 영상은 유튜브에 버젓이 남아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미국 기준으로는 공공장소에서 통상적으로 찍힌 촬영물에 대해 초상권 문제가 전혀 없다고 본다”면서 특정인에 대한 고의적 촬영이 아닌 이상 프라이버시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현재 약 3만 명의 BJ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아프리카TV는 불법 촬영물 관련 신고가 고객센터에 접수될 경우 삭제 조치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미디어 플랫폼 차원의 적극적인 크리에이터 교육과 함께 책임감 있는 미디어콘텐츠 제작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미디어의 파급력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시민들이 지나친 불편을 겪지 않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면서 “우선 미디어 플랫폼 측이 자율적인 교육·규제를 하되 중장기적으로는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법적 규제안도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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