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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 안해" 한강, 과거 '노벨상' 질문의 답변 재조명

부커상 등 해외 문학상 잇달아 수상

대중·언론 관심 부담스러워 하기도

2023년 11월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강 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작가 최초, 아시아인 여성 작가 중 세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 기록을 계기로 한강 작가의 과거 발언들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영국의 부커상, 프랑스의 메디치상 등 해외의 유명 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노벨상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올 때마다 한강 작가는 노벨상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 5월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고 난 뒤 귀국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노벨상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상은 책을 쓴 다음의 아주 먼 결과”라며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얼른 돌아가서 지금 쓰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언론과 대중의 큰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강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을 한국 작가 최초로 받은 뒤에도 기자회견에서 "노벨문학상이 가까워졌다고 보나"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런 얘기는 처음 들었는데요"라며 가당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강은 소설을 써오면서 가장 기쁜 순간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했을 때를 꼽았다. 그는 "쓰는 중간에 완성 못 할 것 같은 고비도 많았고, 편집자에게 못 쓰겠다고, '죄송하지만, 완성 못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했어요.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는데, 제겐 상 받은 순간이 기쁜 게 아니라 소설 완성한 순간이 가장 기뻤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 쓰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심적으로도 괴로웠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최고권위 문학상인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뒤 5년 만인 2021년 펴낸 장편소설로,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에 가서 어머니 정심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어간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그는 "소설 쓰면서 정심의 마음이 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아침에도 정심의 마음으로 눈뜨려 하고, 잠들 때까지 '정심은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되뇌며 그 뜨거움과 끈질김에 대해 계속 생각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와 4·3의 비극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까지, 한강은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주목해온 작가는 앞으로는 밝은 얘기를 써보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뒤 국내 기자회견에서는 "그 소설만 읽으시지 말고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이 많은데 조용히 묵묵하게 방에서 자신의 글을 쓰시는 분들의 훌륭한 작품도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려 깊고 배려심 많은 작가라는 문단의 평가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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