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와 일자리가 강남에만 몰리는 현상은 서울의 25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세수 덕에 생활 인프라와 복지 혜택 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에 여유가 있는 반면 나머지 22개 자치구는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 없이는 살림을 꾸려가기조차 빠듯한 실정이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재산세 수입에서 강남 3구가 차지하는 비중(재산세 공동과세 전)은 2014년 39.4%에서 2019년 42.6%, 2023년 44.3%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강남 3구에 인구와 일자리가 몰려 집값이 나 홀로 상승하는 것과 달리 강남에 인구를 빼앗긴 나머지 구의 집값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산세 수입이 가장 많은 강남구의 경우 그 규모가 7469억 원에 달하는 반면 가장 적은 강북구는 289억 원으로 강남구의 3.9%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강남 3구의 재정자립도는 다른 구를 압도한다. 올해 강남의 재정자립도는 56.1%에 이르며 서초구·송파구도 53.2%, 31.9%로 높은 편이다. 반면 강북 3구(노원·도봉·강북)의 재정자립도는 10%대에 불과하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조정교부금을 받지 않는 구가 강남구”라며 “재정 여력이 풍부하다 보니 정부나 서울시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각종 복지나 개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고 이는 강남·북 격차를 더 심화시킨다”고 했다.
실제 저출생 정책을 보면 강남구는 첫 아이 출산 시 소득 기준과 관계없이 출산양육지원금 200만 원, 산후건강관리비 최대 50만 원 등 250만 원을 자체 지급하는 등 다른 구에 비해 2~3배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2022년 보건복지부에서 첫만남 이용권 바우처(200만 원)를 도입하면서 대부분의 서울시 자치구들이 출산양육지원금을 중단한 반면 강남구는 오히려 늘린 것이다.
이런 정책은 강남구 인구 증가에 단단히 한몫했다는 평가다. 수서로봇거점지구 첨단 기업을 유치하는 강남의 사업도 이런 튼튼한 재정 때문에 가능하다. 최근 집값 상승이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이뤄져 이런 격차는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구청장은 “최근 재산세 세수 증가가 지지부진하고 재정 악화로 정부와 서울시 지원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내년은 올해보다 살림이 더 빠듯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는 강남·북 재정 격차 해소를 위한 재산세 공동과세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동과세는 각 자치구가 거둬들이는 재산세의 절반을 서울시가 걷었다가 다시 각 구에 균등하게 나눠주는 제도로 오세훈 서울시장 첫 임기 당시인 2008년 도입됐다. 재산세의 50%는 각 자치구가 거둬들이는 만큼 가져가고 나머지 50%는 한데 모아 N분의 1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재산세 격차가 더 벌어지자 공동과세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서울시의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재산세 공동과세 비율을 올리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하고 강남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2008년에는 자기 지역에서 걷힌 재산세를 다른 구와 나눠 가져야 할 자치구가 3곳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공동과세로 손해를 보는 곳이 7곳으로 늘었다.
재산세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사업성 낮은 강북에 재건축·재개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서울시는 집값 낮은 지역의 재건축 시 용적률을 더 높여주고 기부채납을 줄여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