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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사일 장벽 세워 中 숨통 옥죄…해군 70%·공군 50%가 사정권[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괌-일본열도-필리핀 잇는 ‘미사일 장벽’

함정·비행장·미사일 기지 모두 ‘사정권’

中 “제2의 쿠바 미사일 사태 조장” 반발

지난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맞아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이 톈안먼 광장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태평양 해역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9월 2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 로켓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태평양 해역으로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로켓군은 훈련용 모의 탄두를 탑재한 ICBM 1발을 이날 오전 8시 44분 태평양 공해 해역으로 발사했고, ICBM은 정해진 지역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이어 통신은 이번 ICBM 발사가 로켓군의 연례 군사훈련 일정에 따른 것이라며, 무기 및 장비의 성능 등을 효과적으로 시험해 예상 목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ICBM 제원이나 비행궤적, 구체적인 탄착지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국방부는 관련 국가에 시험발사를 사전 통보했고, 국제법과 국제관례에 따른 것으로 특정한 어떤 국가나 목표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동안 중국이 장거리 미사일을 내몽골 같은 외진 곳으로 예고 없이 시험발사 하는 것을 선호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를 이례적으로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개된 발사 사진 등을 토대로 중국이 발사한 ICBM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둥펑(DF)-31AG 혹은 DF-41일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다. 미국을 향해 핵 억지력을 과시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고집하며 필리핀과 베트남 등 관련국들과 긴장 구조를 고조시키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미국과 대응한 군사 억제력을 보유했다는 자신감을 잇따라 드러내고 있다.

순항미사일과 SM-6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미국의 최신예 발사체계 ‘타이푼’. 사진 제공=미군 기관지 성조지


이에 미국은 대만 침공 등 중국의 군사력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을 포위하는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고자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지상기반 중거리 미사일을 속속 배치하고 있다.

실제 찰스 플린 미국 태평양육군 사령관은 지난 4월 6일 경기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한국 언론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중거리 미사일이 곧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플린 사령관은 “언제 어디로 배치될지는 지금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미 태평양육군사령부 보도자료를 인용해 서부 워싱턴주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 배치 제1 다영역 기동부대(1st MDTF)가 운영 중인 타이푼 발사체계를 최근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임시 전개했다고 전했다. 훈련 참가를 명분으로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타이푼(Typhon) 중거리 미사일 포대를 전격 배치했지만 훈련이 끝나가는데도 계속 포대를 유지하며 철수 시점을 공개하지 않아 중국을 겨냥해 사실상 영구 배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타이푼 발사체계로 완편한 포대는 작전센터, 4기 발사대, 수송차량 등을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 플린 사령관이 지난 4월 5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타이푼 발사체계가 극초음속 능력(hypersonic capability)를 갖췄다”고 밝혔다. 이는 타이푼 발사체계 경우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비행해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한 극초음속미사일 체계를 중국 코앞에 배치한 것으로, 중국인민해방군 로켓군에게는 마땅한 대비책이 없어 골칫거리인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퍼지면서 중국의 한 군사 블로거는 포털사이트 소후닷컴에서 “중국 해군 함정의 70%, 공군 기지의 50%가 미군 타이푼 포대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지휘통제차량과 4개의 수직발사관 등으로 구성된 타이푼 1개 포대. 사진 제공=미 육군




미국이 1987년 구 소련과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체결했다가 2019년 탈퇴한 이후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타이푼 포대의 필리핀 배치는 미군이 냉전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했다는 의미와 함께 2019년 INF에서 탈퇴한 후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견제하기 위해 중거리 미사일 개발과 배치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번 전개에 대해 “미사일 개발·배치를 진행하는 중국 견제가 목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육군은 2025년부터 5년간 토마호크 미사일 최신 모델은 블록 5330기를 구매한다는 계획하고 있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되는 중거리 미사일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미군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추정하면 1차적으로 괌을 시작으로, 일본열도와 난세이제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리핀을 잇는 서태평양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 중국이 ‘제1열도선’으로 호칭하는 지역에 집중 배치하는 미사일 장벽을 세워 중국 숨통을 옥죄는 것으로 보인다.

괌은 미군 작전에 있어 서태평양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다. 중국 본토에서 4000㎞ 거리 정도로, 괌 중거리 미사일 부대로 충분하지만 유사시 괌 부대를 아시아 동맹국으로 신속하게 배치해 더욱 효과적인 군사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물론 필리핀에 타이푼 중거리 미사일 포대를 배치하면서 미국은 이미 상당한 군사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루손섬은 대만해협에서 600㎞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곳에 배치된 미군의 중거리 미사일은 대만해협 침공을 지휘할 중국군 동부전구사령부와 대만해협을 건널 해군 함정은 물론 중국 동남부 연안의 주요 공군 비행장, 해군기지, 미사일 기지 등이 사정거리 안에 있어 주요 전략 거점을 모두 공격하는 게 가능해진다.

지난 4월 7일 C-17 글로브마스터 3 수송기에 실려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도착한 타이푼 중거리 미사일 포대가 수송기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 제공=미 육군


사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미 해군의 항공모함 전단과 중국의 미사일 전력이 대립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항공모함 전력이 압도적인 미군에게는 별도로 육상 미사일 발사 기지를 설치할 필요성이 대두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미 항공모함에 대응하기 위해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 강화에 올인했다. 그 결과물이 항공모함 킬러라고 불리는 ‘DF-21’, 중거리 대함 탄도미사일 ‘DF-26’ 등을 개발해 실전 배치한 것이다. 2019년에는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DF-17’도 선보였다.

게다가 중국의 해군 전력이 급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최근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호’ 시험 항해에 들어갔고, 대형 구축함 등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미 해군 함정 숫자로는 미 해군을 넘어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육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미국은 타이푼 포대의 일본 배치도 추진 중이다.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장관은 지난 9월 4일 한 방위포럼에서 “지난 8월 일본 방문 당시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과 MDTF의 일본 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필리핀에 이어 일본에도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협하던 中 거꾸로 美 역공에 당할 처지


미 육군은 2017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다영역기동부대(MDTF)를 창설했다. 지상 작전부대에 중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 미사일 부대, 전자전 부대, 무인기 부대 등을 결합한 종합 전력 개념의 육군 부대다. 지금까지 3개 MDTF가 만들어졌고 이중 2개가 미 육군 태평양사령부에 배치돼 있다. 이들 포대 일부를 중국을 겨냥해 대만과 가까운 일본 지역에 배치하려는 것이다.

우선 오키나와 서남단의 이시카키섬에 건설하고 있는 미사일기지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시가키는 일본 보다 대만에 더 가까이 붙어 있는 섬이다. 이시가키에 중거리 미사일 포대가 배치되면 규슈(九州)와 대만 사이에 활 모양으로 펼쳐진 섬들인 난세이(南西)제도의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 오키나와 본섬,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宮古島)에 이어 4번째 대중국 견제용 미사일 거점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은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를 5분 만에 타격할 거리”라며 “제2의 쿠바 미사일 사태를 조장하려는 심산이냐”고 성토했다. 둥펑-17, 둥펑-26 같은 중거리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해온 중국이 이제는 미국으로부터 중거리 미사일로 역공을 당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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