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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4000명은 늘려야" 醫"의료비만 늘 것" … 팽팽했지만 '숙의' 출발점에 의의

■의정갈등 8개월만에 공개토론

의료개혁 필요 기본 입장은 공감… 쟁점마다 이견 확인

정부 "집단휴학 권리 아냐" 교수 "학년 마치기 불가능"

'보건의료발전계획' 부재 인정하는 등 접점도 나타나

10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경실(왼쪽부터)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사회자인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장, 하은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 성형주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의대 융합관. 정부와 의료계 인사들이 8개월 넘는 의정 갈등 이후 처음으로 공개 토론장에 마주 앉았다.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라는 이름의 토론회 참석자는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강희경 서울대의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장과 하은진 서울대의대 교수, 사회자인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였다. 양측은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에는 공감했지만 의대정원 증원을 비롯해 의료 전달 체계 및 보상 체계 개편 등 거의 모든 사안마다 시각차를 확인했다. 그런 탓에 이번 토론회를 두고 당장 의료계와 정부 간 대화 시도가 급진전하기는 어렵겠지만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숙의할 수 있는 작은 흐름을 만들었다는데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장상윤(오른쪽)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10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형주 기자


양측은 의대 정원 증원의 원인이 된 의사 수 부족 문제에서부터 이견을 보였다. 장 수석은 “의사 수가 물리적으로 부족함을 인정해야 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0명’에 대해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내놨다”며 “연구 보고서상 가정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면 최소 4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9년부터는 70세 미만 활동 의사 수 증가율이 0%다. 전공 세분화로 1인당 담당 영역은 줄어들며 비필수의료 분야 유출도 가속화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대 교수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 수요를 더 자극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만 늘어난다고 반박했다. 강 위원장은 “우리나라 의사 수가 꼴찌라는데 이 정도 수준으로 전 세계 톱급 성과를 내고 있다”며 “우리나라 1000명당 의사 수가 2.6명이라지만 일본도 2.7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의대 정원이 현행 수준을 유지해도 (인구구조 때문에) 의료비 지출이 203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16%, 2035년에는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의료 개혁에 대해 “의료기관이 각자 기능에 맞는 환자 중심 협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첫 단추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교수들은 동네 병의원에서 상급종합병원까지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미 국내 의사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3배에 이르는 의료 이용과, 2배에 가까운 입원을 커버해왔다”며 “아까운 돈을 의사를 늘리는 데 쓰지 말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먼저 쓰는 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10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에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오른쪽은 하은진 서울의대 교수. 성형주 기자


장 수석은 의대생 집단휴학에 대해서도 개인적 이유에 따른 게 아니기에 “일부 학생들이 휴학은 권리라고 하는데, 휴학은 권리가 아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반면 강 위원장은 “(고등학교로 따지면) 봄, 여름에 못 다녔는데 10~11월부터 시작해서 그 학년을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불가하다”고 반박했다.

이번 공개 토론회는 의정 갈등 속에 성사된 자체로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장 수석은 ‘보건의료발전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다는 의대 교수들의 지적에 “(전체적으로는) 20년간 수립하지 못했다. 정부로서는 뼈아픈 지적”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하 교수는 “정부가 의료 개혁에 나선 용기 자체는 칭찬을 드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의료 공백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의대생 단체가 대화에 회의적인 상황에서 대화의 본격적 물꼬를 트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의사 단체 사이에서는 서울대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의 움직임에 비난 목소리가 나온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토론회 후 소셜미디어에 “사회수석도 40명쯤으로 늘려야겠다”며 “늘리면 그 중 하나쯤 제정신인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 물론 과학적 근거 있다”고 비난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성명을 내 “의료농단 주범들과 야합하는 행위이고 의료계와 소통했다는 명분을 주는 행동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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