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이 해외시장 성장에 힘입어 일본 의류업체 최초로 연 매출 3조 엔(약 27조 원)을 돌파했다. 내년 실적 전망도 긍정적인 가운데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세를 확장해 가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대두는 패스트리테일링의 부진한 온라인 전략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패스트리테일링은 전날 2024년 8월기(2023년 9월 1일~2024년 8월 31일) 연결 결산을 발표하고 이 기간 연 매출이 3조1038억 엔을 기록해 처음으로 3조 엔을 넘었다고 밝혔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결산 설명회에 참석해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를 향한 경쟁에 있어 겨우 출전 자격을 얻은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다음 성장을 위한 절호의 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공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으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유럽의 매출은 1년간 45%, 북미는 33% 증가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세를 불리는 패스트리테일링이지만, 온라인 상에서의 전략을 두고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업체인 쉬인의 2022년 매출액은 227억 달러(약 30조6000억 원)에 달한다. 영국 조사회사 유로모니터 조사에서 쉬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이미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의류 업계에서 상위 5위권 안에 들어간다.
쉬인의 인기는 일본 내에서도 유니클로를 앞지르는 추세다. 일본 스마트폰 각 사의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올 9월 기준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는 쉬인이 804만 명, 유니클로가 648만 명이었다. 닛케이는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GU를 더한 이용자 수는 쉬인을 웃돌지만, 쉬인은 2020년 12월 일본어 사이트를 공개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세의 차이는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부문에서 패스트리테일링의 존재감은 타 업체들과 비교해 약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23년 일본 의류업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전자상거래 비율은 23%였다. 반면 유니클로의 일본 내 이커머스 비율은 2024년 8월기 기준 14.7%로 지난해 업계 평균에도 못 미친다. 패스트리테일링은 2015년 5% 정도였던 이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15%를 전후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모건스탠리 MUFG 증권은 패스트리테일링의 주가 하락 요인으로 ‘이커머스에서의 부진’을 꼽았다.
한편, 야나이 회장은 실적 설명회에서 중국의 저가 전자상거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 이커머스의 빠른 성장을 겨냥해 “속도는 배울 수 있지만, 저런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국제 기준의 윤리적 관점에서 보면 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의 것을 베껴 싸게 파는 비즈니스 모델로 급성장하는 것에서 배울 게 없고, 이런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12월 자사 인기 상품인 라운드 미니 숄더백의 카피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쉬인 운영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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