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목을 막론하고 ‘홈 어드밴티지’는 선수의 성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펼치는 선수들이 환경적으로 익숙한 곳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다른 선수보다 몇 배의 유리함을 안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은 지금까지 이 이점을 잘 살리지 못했다. 자신의 고향이자 골프를 배우고 익힌 전북 익산의 익산CC(파72)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에 세 번이나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박현경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각오를 다졌다. 1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회 둘째 날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며 고향에서 시즌 네 번째 우승이자 이 대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박현경은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1개를 묶어 16점을 획득했다. 이틀 합계 23점을 얻은 박현경은 선두에 6점 뒤진 단독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 18위에서 13계단을 뛰었다.
이 대회는 KLPGA 투어에서 유일하게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치러진다. 타수 합계로 우승자를 가리는 일반적인 스트로크플레이와 달리 매 홀 성적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 점수 합산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보기 이상은 -3점이다.
박현경은 2번(파5)부터 6번 홀(파5)까지 다섯 홀에서 네 개의 버디를 떨어뜨리며 기세를 올렸다. 8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며 1점을 잃은 박현경은 12번(파4)과 13번 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이날 박현경의 최고 플레이는 17번 홀(파5)에서 나왔다. 페어웨이에서 걷어 올린 세컨드 샷이 그린 입구에 멈추며 홀까지 16m 남짓한 거리를 남겨둔 상황. 박현경은 정교한 어프로치 샷을 선보였고 공은 경사를 타고 그대로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 방에 5점인 짜릿한 이글이었다. 단숨에 순위를 대폭 끌어올린 박현경은 마지막 18번 홀(파4)을 파로 막고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날 공동 선두에 올라 같은 조에서 대결을 펼친 이가영과 방신실은 경기 내내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다 마지막 홀 들어 순위가 갈렸다. 나란히 27점을 기록하고 들어선 18번 홀에서 이가영은 버디를 떨어뜨려 파를 기록한 방신실을 2점 차 2위로 밀어내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가영은 29점, 방신실은 27점이다.
전날 5점 획득에 그치며 공동 40위에 머물렀던 정윤지는 이날 하루에만 19점(버디 10개·보기 1개)을 쓸어담는 ‘인생 라운드’를 펼쳐 단독 4위(24점)에 이름을 올렸다. 10~15번 6홀 연속 버디로 갤러리들을 흥분에 빠뜨렸다.
상금 랭킹 1위인 윤이나는 11점(버디 8개·보기 2개·더블보기 1개)을 얻어 이틀 합계 20점의 단독 7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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