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프랑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60조 원 상당의 공공지출을 줄이고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30조 원에 가까운 세수를 거둬들이기로 했다.
1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이날 저녁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6.1%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내년에 5%까지 줄이고 2029년 유럽연합(EU)의 기준치인 3% 이하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재경부가 마련한 예산안의 핵심은 공공지출 대폭 삭감과 ‘대기업·부자 증세’다. 재경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413억 유로(약 61조 원)의 지출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증세 규모는 193억 유로(약 28조 5000억 원)로 책정했다. 이 가운데 136억 유로(약 20조 1000억 원)는 기업들에서 걷는다. 2024·2025년 매출액 10억 유로 이상∼30억 유로(약 4조 4000억원) 미만인 대기업에 법인세를 20.6% 더 붙이고 30억 유로 이상인 기업에는 41.2% 할증한다. 이를 통해 약 400개의 프랑스 기업이 한시적 법인세 인상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경부는 3년간 초고소득자에 대한 한시적 증세를 통해 20억 유로(약 3조 원)를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1인 가구의 경우 소득 연 25만 유로(약 3억 7000만 원)를, 자녀가 없는 부부의 경우 50만 유로(약 7억 4000만 원)를 초과하는 납세 가구에 대해 최저 소득세율 20%를 적용한다. 이는 전체 납세자의 약 0.3%, 즉 전체 4070만 가구 중 6만 5000가구에 해당하며 올해분 소득에 대한 과세부터 시작해 2026년 소득까지 적용된다.
재경부 산하 로랑 생마르탱 예산담당장관은 “우리가 하는 600억 유로의 노력은 전례 없는 규모”라며 “나중에 고통스러운 선택을 피하려면 지금 용기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부유층의 해외 이주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무 전문가인 크세니아 르장드르는 “프랑스에서 부유층이 점점 더 낙인찍히고 있다”며 “그들 중 일부는 불안정성에 지쳐 결국 (프랑스를) 떠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은 하원의 심사를 받게 된다. 다만 정부를 구성하는 중도 우파 진영이 하원 내 절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예산안이 하원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이 경우 정부는 헌법 제49조3항에 근거해 하원 표결 없이 예산안을 통과시킬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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