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인도와 아르헨티나 몽골 등에서 대학 졸업생 태반이 실업자로 전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교육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꿈꿨지만 해당 나라의 고급 인력 수요가 늘어나지 않아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보다 정신적으로 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N 국제노동기구의 8월 보고서를 인용해 "고등교육을 받은 개발도상국 청년의 실업률은 고소득 국가의 2~3배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의 중·하위소득 국가의 30세 미만 대졸자 5분의 1 이상이 실업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WSJ는 "농부, 노동자, 목동들은 자녀들의 고등 교육을 위해 버는 돈을 쏟아부었고, 자녀는 변호사, 엔지니어, 외교관의 꿈을 키웠으나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대학 졸업생은 급증했으나, 신흥국 사회와 경제는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그만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연간 1000만여명의 대학 졸업생 태반이 실업자로 전락해 공산당 정부가 발표한 실업률이 15%에 이를 정도다. 중국에선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연명하는 삶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전업 자녀'라는 말이 유행이다.
인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인도는 지난 20년간 대졸자 비율이 3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ILO가 지난 3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0세 미만 인도 대졸자의 29%가 실업상태다.
초등교육도 못받은 사람의 실업률은 3%대에 불과한 반면 대졸자의 실업률은 그의 9배에 달한다. 인도의 최고 공대를 졸업한 일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으로 일하고 나머지는 배달원, 운전사 등의 직업을 구해야 한다.
몽골과 아르헨티나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보다 글로벌 대학 순위가 높은 부에노스아이레스대를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게 실상이다.
일부 청년들은 해외 이주를 택하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의 수석 인구학자 제프 파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한 25~64세 이민자 가운데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비율이 2007년 17%에서 2022년 36%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현실에 실망한 학위 소지자들은 결혼을 미루고 자녀를 갖지도 않고 있어 인구 침체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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