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의무를 설명하지 않아 매도인에게 보증금 반환 의무가 생겨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매매를 중개한 공인중개사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대법 판결이 나왔다.
공인중개사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해서 설명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고 측의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에 환송했다.
원고는 2020년 2억 8000만 원에 울산 중구에 보유한 아파트를 매각했다. 원고는 매각 과정에서 보증금까지 매수인이 인수해 매매대금에서 이를 공제했다. 당시 해당 아파트의 임차인은 한국에너지공단으로 2018년 보증금 2억 원을 내고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임차인이 법인인 경우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가 매수인에게 면책적으로 인수되지 않아 결국 한국에너지공단은 2억 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한국에너지공단은 전세금보장신용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사는 원고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통해 2억 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원고는 당시 아파트 매매를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공인중개사의 손을 들어줬다. 공인중개사에게 주의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다시 뒤집고 원고 패소 취지 판결을 내렸다.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법률사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의 업무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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