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16 재보궐선거와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대통령실 인적 쇄신론을 제기하며 발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사건을 두고 검찰의 기소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그는 잇따른 ‘강공 모드’로 선거 승리와 독대 성사를 동시에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자해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등 당정 관계 및 계파 갈등이 악화일로를 걸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韓, 정계 입문 후 처음으로 대통령 인사권 거론
한 대표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네 번째로 금정을 찾은 12일 정계 입문 이후 처음 대통령 인사권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김 여사에게 비선이 있다는 의혹도 있는데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기자들 질문에 “김 여사에 대한 국민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정부와 여당이 민심에 따라 쇄신하고 변화하고 개혁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에 포진한 K·L 비서관 등 김 여사 측근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또 16일 선거 직후로 예상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사건에 대한 검찰의 김 여사 기소 여부를 두고는 “법과 원칙, 상식에 맞는 결과가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내에서 ‘여론 재판’ 지적이 나오는데 데 대해서는 “오해”라며 “국민이 법과 원칙, 상식에 반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인가.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韓, 김 여사 겨냥 잇따른 ‘강공 모드’ 배경은
한 대표가 김 여사 이슈와 관련해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은 임박한 재보궐선거에서 ‘텃밭’ 수성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부산 금정구청장의 경우 당초 우세 예상과 달리 ‘김 여사 리스크’와 야권 단일화가 맞물려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 대표가 검찰의 김 여사 기소 압박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론까지 꺼내 들며 용산과 차별화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 취임 이후 첫 선거에서 당 지지 기반인 부산을 내주면 리더십에 대한 치명타가 불가피하다”며 “국민 눈높이를 기준으로 김 여사 이슈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보궐 이후로 잡힌 윤 대통령과 독대 회동을 계기로 당정 관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회동 테이블에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 등을 올릴 예정인 한 대표가 협상 주도권을 선점하고 나섰다는 설명이다.
친윤계 “우리끼리 자해 말아야” 반발 커져
하지만 한 대표의 거세지는 발언에 친윤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는 등 자칫 당정 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표와 당권을 놓고 경쟁한 나경원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재보선 3일을 남기고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 대통령 심판론 정치 공세와 현금 살포 재정 투입 포퓰리즘을 계속하고 있다”며 “그런데 국민의힘도 저들의 악의적 정치 프레임 안에서 용산 압박, 기승전 김 여사 언급을 하며 야권의 선거 전략을 결과적으로 돕고 있다”고 일갈했다. 나 의원은 "우리끼리 자해는 하지 말자”며 “자중자애를 촉구한다”고 했다. 특정인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한 대표를 겨냥한 셈이다.
당 안팎에서는 특히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겨냥한 ‘인적 쇄신’ 발언이 두 사람 간 독대를 연기 혹은 무산시킬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한 친한계 인사는 “(독대를) 하겠다면 하면 하는 거고 안 하겠다면 안 하는 건데 자꾸 용산이 시혜를 베풀 듯한다”며 “독대 뒤 풀어야 할 숙제만 잔뜩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실은 일단 선거를 앞두고 한 대표 발언에 공식 대응을 자제하며 신중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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