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의사는 환자가 밀려 있다 보니 연구를 하기 쉽지 않고, 과학자는 임상 경험이 없어 제약 등의 연구에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 제약사 대표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발언이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충분한 연구비와 보상을 제공하며 1970년대부터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왔다. 이들 선진국은 의대의 70% 이상이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을 두고 있고 미국에서만 매년 600여 명의 의사과학자가 배출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의과대학은 역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229명) 중 절반(109명)을 휩쓸 정도로 의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올려왔다. 한국이 가야 할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미 의료기술과 과학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는 오래다. 양대 영역의 융합을 통해 의료 혁신을 이루는 의사과학자 양성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
의사과학자는 임상 현장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희귀 난치 질환 등의 치료법과 진단법, 그리고 신약이나 의료기기 및 기술 개발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의사과학자가 크게 부족하고 이로 인해 의료 현장과 연구개발(R&D) 사이에 단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과학자의 부족은 첨단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의료 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진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최신 과학 연구를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은 현대 의료에서 필수적이다. 의료와 과학 연구는 상호 긴밀하게 연계됐을 때 시너지를 발휘하게 된다. 이러한 융합을 통해 의료는 환자에게 더욱 정밀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게 되고 과학은 보다 실질적이고 임상적 가치를 지닌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다.
융합 인재 양성에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의사과학자들이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 지원, 교육 인프라 확충, 연구와 임상을 균형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체계적 교육 과정 등이 필요하다. 이는 대한민국의 과학과 의료가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의사과학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은 대한민국이 의료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의료과학 분야의 인재들이 충분히 배출될 때 의료계와 과학계는 상호 연계를 강화해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면서 한국 의료의 미래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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