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한 의대생이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공부할 동기를 잃었다”며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유급이라는 협박을 멈추라”고 주장했다.
김창민 건국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은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기를 돌려줄 유일한 방법은 교육부 장관의 솔직한 사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의대생 대표가 개별적으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부터 16일까지 사흘간 같은 장소에서 오전 9~11시 1인시위에 들어갔다.
김씨는 1인시위에 나선데 대해 “학생으로서 가장 최선이자 최후 카드인 휴학계 제출로 반대 의사를 피력해 왔다”며 “교육부 장관의 브리핑을 듣고 더 이상 함구하는 게 아니라 표면에 나서 제 목소리를 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대생들이 학교를 떠난 이유로 “의대 증원 정책에 회의감이 들며 공부할 동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언제 돌아가야 할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 내 진짜로 의대 증원책을 밀어붙일 건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향해 “조건부 휴학 승인을 전제로 학생들이 내년에 돌아오지 않으면 유급이다, 제적이다 이렇게 겁박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의대생들을 그저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치부하기 때문에 나온 말로 확신했다”며 이 장관에게 “해명이 아니라 반드시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의대 교육과정 5년 단축과 관련해서는 철회를 요구했다. 김씨는 “내년도 의사 수급이 걱정되니 단축하겠다고 했다”며 “탁상공론으로 의대 교육의 질을 저하한다는 것을 교육부 장관은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의대생들이 학교에 돌아가려면 선행돼야 할 것에 대해 “정부가 교육 정책을 낼 때 현장에 한 번 와서 양질의 의대 교육이 뭔지 교육부에서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 장관은 이런 의학 교육에 대해 전혀 모르고 그냥 위에서 찍어누르듯 의사만 배출하고 병원에서 수련만 받으면 의사가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의료라는 것,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은 시간 싸움이 절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의료는 망해가고 있고 붕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김씨는 “다친 마음을 돌리는 게 가장 어렵다, 그 첫 단추가 교육부 장관의 사과”라고 거듭 촉구했다. 솔직한 사과가 있으면 우선은 학생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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