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드라마, 영화 등 한국 문화가 ‘한류’로 세계 주류로 활약하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한국 불교가 있습니다. K선명상을 통해 불확실한 시대에 전 세계에 전파해 인류의 치유와 사회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1시간 40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뉴욕주 샐리즈버리 밀스. 맨해튼을 벗어나 북쪽으로 향할수록 보이는 산마다 울긋불긋한 가을의 빛깔이 짙어졌다. 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높은 지대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원각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원각사는 미국 뉴욕 지역의 첫 우리나라 사찰이자 미국 동부 지역의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사찰로 꼽힌다. 넓이는 105만 7800제곱미터(약 30만평)에 달한다.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날 원각사 창건 50주년 기념 법회에서 법어를 통해 “뉴욕 원각사가 창건 50주년을 맞은 것은 뉴욕에 위치한 사찰들이 서로 협력하고 많은 신도들이 신심과 원력을 잃지 않고 정진했기에 가능했다”며 “특히 원각사 창건주인 고(故) 태허당 법안 대종사, 원각사 회주 정우스님, 원각사 주지 자광스님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원각사 창건 50주년 법회가 조계종에서 지난 8일부터 진행한 한-미 전통불교문화교류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됐다.
애초 원각사는 1974년 통도사의 분원으로 미국 뉴욕 맨해튼 지역에 건립됐다. 이후 1988년 지금의 부지를 약 375만 달러(약 50억원)에 매입했지만 법안 스님이 병환으로 쓰러지신 후 원각사의 제2건립은 끝없이 미뤄졌다. 이후 2010년대에 이르러 대웅전과 무량수전, 설산당을 비롯해 일곱 채의 건축물을 확보한 대규모 사찰로 거듭나게 됐다. 우리나라 목재와 유사한 캐나다 밴쿠버의 목재를 공수하고 기와 등은 국내에서 공수해 우리나라 전통 사찰 양식으로 대웅전을 조성했다. 이 같은 재창건 과정에서 원각사 회주 정우스님이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흐렸던 하늘이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했지만 행사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이날 한국계 미국인인 안젤라 워닉 북달(52) 뉴욕 센트럴 시나고그 수석랍비는 “어릴 때부터 300가구 수준의 작은 유대계 커뮤니티에서 자란 저에게 원각사는 부처님의 지혜를 배우게 해줬다"며 “내 자녀들도 부처님의 지혜를 배우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의 ‘하나됨(Oneness)’는 증오와 극단주의를 해결하는 훌륭한 처방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계 가족이나 친구들로 인해 원각사와 인연을 맺은 신도들도 대거 참석한 만큼 K불교 문화를 알리는 공연도 마련됐다. 부채춤으로 시작해 퓨전국악, 선무도(몸과 마음, 호흡의 조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불가의 전통 수행법) 공연이 이어졌다. 이어 K-선명상 아이돌 ‘비텐스(BTS)’가 “숨을 들이쉬고 나를 바라봐요/ 숨을 내쉬고 세사을 바라봐요”라는 가사를 담은 찬불음악으로 참석한 모두를 위로했다.
한편, 진우 스님을 비롯한 70명의 스님들과 40여명의 종무원 등 115명으로 구성된 방미단은 이날 일정을 마치고 다음 날 비행기로 귀국한다. 진우 스님은 이번 한-미 전통불교문화교류의 소회를 두고 “미국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K선명상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K선명상이 간화선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흐름을 주도해야 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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