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인공지능(AI) 구동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운영 등에 막대한 전력 소요가 예상되자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한 원전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 시간) 구글은 미국 SMR 기업 카이로스파워가 건설하는 원자로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가 가동할 6~7개의 원자로에서 총 500㎿의 전력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카이로스파워는 2030년 첫 번째 SMR 가동을 목표로 하며 2035년까지 추가로 원자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SMR은 기존 원자로 대비 발전 용량이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소형 원전을 말한다. 적은 발전량에도 사고의 위험이 적고 시간과 비용 투입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이로스가 구글을 위해 구축할 500㎿ 규모의 발전량은 중형 도시 하나 또는 AI 데이터센터 캠퍼스 하나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면서 구글이 SMR의 필요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구글이 원전 업체와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구글이 203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탄소’ 원자력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구글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에 청정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태양광 및 풍력 등 변동이 큰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보완하면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사이에서 원전 기업과 협력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AI 붐과 함께 기술기업들의 전력 수급 문제도 부각하면서다. 각 기업들은 AI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있는데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전력을 요구한다. 골드만삭스는 AI가 대규모 전력 수요를 촉발시켜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량이 2023년 대비 약 1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막대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낙점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실제 아마존은 올 3월 원전에 연결된 데이터센터를 인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달 미국 원자력발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데이터센터에 20년간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 에너지 및 기후 담당 수석 이사인 마이클 테렐은 “원전이 우리의 전력 수요를 원활하게 충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글의 이번 프로젝트가 기대만큼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이로스는 2027년부터 시범용 원자로를 가동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지만 추후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허가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카이로스는 건설 및 설계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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