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보복을 앞둔 이스라엘이 핵·석유 시설이 아닌 군사시설을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전 확전을 우려했던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 시간) 익명의 미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달 9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란 군사시설 공격 계획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 핵·석유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런 공격이 이뤄질 경우 자칫 중동 전쟁으로 이어져 한 달도 남지 않은 미 대선과 세계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 대선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라는 인식을 피하기 위해 보복 조치가 조정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의 공격 범위가 미 대선을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이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간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네타냐후 총리가 이전보다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3일 미 국방부가 이스라엘에 사드(THAAD)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러한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보복이 임박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미국 관리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11월 미 대선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정보국장 출신인 조하르 팔티는 “네타냐후 총리가 절제에 대한 미국의 호소와 압도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내 대중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낮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1.73달러(2.28%) 내린 배럴당 73.83달러에 장을 마쳤다. 12월물 브렌트유 역시 전장 대비 1.58달러(2.00%) 떨어진 배럴당 77.46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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