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부터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유행하는 취미 트렌드를 공부하는 여행사·호텔들이 늘고 있다. 취미에 여행을 더한 이색 패키지 상품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해내려는 전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인터파크투어가 오픈한 대만 타이베이 3박 4일 여행 상품의 대기 인원이 수백 명에 달하고 있다. 11월 중순 타이베이돔에서 열리는 ‘2024 WBSC 프리미어12’ 한일전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패키지로 오픈 4일 만에 출발 인원을 모두 모집해 마감됐다.
상품의 인기 비결은 ‘야구 직관’이다. 프리미어12는 전 세계 야구 랭킹 상위 12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야구 대회다. 리그 최초로 최연소 30홈런-30도루 등 신기록을 달성한 KIA타이거즈의 김도영,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를 세운 두산베어스의 김택연 선수 등 국내 인기 선수들이 출전한다. 한국 프로야구 정규 시즌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패키지 상품으로 수요가 이어진 것이다. 교원투어 역시 프리미어12의 한일전 직관 상품을 출시했다. 이미 모객한 인원의 70%가량이 2030세대로 젊은층의 참여가 높다. 교원투어 역시 출발 전까지 모객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미국프로야구(MLB) 정규 시즌과 관련된 상품 개발에도 분주하다. 앞서 올해 봄 김하성, 이정후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이들의 경기를 직관하는 패키지 상품이 600만 원대의 고가에도 인기리에 판매됐다. MLB 사상 최초로 50홈런-50도루를 달성한 오타니 쇼헤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내년에는 오타니 경기까지 직관할 수 있는 상품도 개발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모두투어 측은 “올 5월 직관 패키지 상품이 출발하기 직전 이정후 선수가 부상을 당해 출전을 못하게 됐는데도 예약한 고객 대부분이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여행을 진행했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평소에도 MLB 경기를 즐겨보는 2030세대였는데 내년에도 관련 상품이 출시되는지 벌써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캠핑 마니아들을 겨냥한 해외여행 상품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캠핑이 유행으로 자리 잡자 인터파크투어는 일본 시즈오카 캠핑 패키지를 출시해 3일 만에 출발을 확정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후지산을 바라볼 수 있는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숙박할 수 있어 캠퍼들이 열광하는 상품이다. 최근에는 맛집 투어를 접목해 일본 후쿠오카에서 라멘·우동·모츠나베·교자 등을 먹는 상품과 중국 다롄·쉰양에서 2박 3일 동안 7회 이상 교자 맛집을 가는 상품 등도 내놓았다. 하나투어 역시 올 2월 위스키 강사이자 유튜버인 김빛나와 함께 대만에서 증류소 투어, 블렌딩 체험, 리쿼숍 방문 등을 하는 ‘밍글링투어: 대만 위스키편’을 진행했다.
여행사들은 은퇴 후 문화 활동 및 소비에 적극적인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상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교원투어가 올해 처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에듀+ 패키지를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상품은 쿠알라룸푸르에서 3주간 오전에는 영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골프 및 관광하는 일정으로 구성됐다.
호텔들도 취미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한강 열풍이 부는 가운데 서울신라호텔은 북 큐레이션 특화 독립 서점 ‘어쩌다 책방’과 협업해 투숙객에게 엄선한 책 2권을 랜덤으로 주는 ‘북캉스’ 패키지를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패키지 상품이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어떤 취미가 인기를 끌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미식·러닝·드로잉까지 상품군이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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