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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감기 왜 이렇게 오래 가나” 알고보니 감기 아닌 ‘이 병’[헬시타임]

영유아에서 흔한 RSV 감염…10월부터 본격 유행

초기 경미한 증상으로 시작해 악화 시 입원치료 필요

1회 투여로 5개월간 항체 유지 ‘예방주사’ 연내 도입

이미지투데이




“어쩐지 애써 약을 먹여도 차도가 없더라고요.”

생후 20개월 호영이(가명)를 키우는 박모(38) 씨는 올해 초 아찔한 경험을 했다. 남편이 해외 파견 근무로 먼저 출국하고 한시적인 ‘나홀로 육아’가 시작된 지 한달쯤 됐을까. 당시 첫 돌을 앞두고 있던 호영이를 데리고 친정 식구들과 부산 여행을 가려던 박씨의 계획은 콜록거리는 아이의 기침 소리와 함께 꼬이기 시작했다. 콧물 등 다른 증상은 없으니 좀 더 지켜보기로 했던 게 화근이었다. 한밤중 갑자기 아이에게 열이 나자 조바심이 났다. 문을 열자마자 병원에 갔을 땐 간밤에 먹인 해열제 덕인지 열도 거의 잡혔다. 그런데 감기약만 처방받고 돌아온 그날 밤부터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아이의 컨디션이 나아지기는 커녕 그르렁 가래 끓는 기침 소리로 바뀌었고 밥은 거의 먹질 않았다. 코가 꽉 막혀 숨쉬기도 힘겨워 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졌다. 이튿날 다시 찾은 병원에서 '심각한 상태'라는 말을 들었을 땐 눈앞이 캄캄했다. 작은 손에 링거를 꽂은 호영이를 안고 3시간 가량 병원 침대 곁에서 버티타 항생제를 가득 처방 받아온 박씨는 그로부터 이틀 뒤 아이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에 감염됐다는 것을 알았다. 첫 증상이 발현된 시점으로부터 따지면 닷새동안 세 곳의 병원을 방문한 뒤에야 원인을 찾은 것이다. 박씨는 “증상이 악화돼 모세기관지염과 폐렴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은 이후 입원 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며 “제때 알아차리지 못하는 바람에 아이를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 초기 증상 감기랑 비슷…“진단 놓치기 십상”


위 경험담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사노피의 ‘알고보니 RSV 사연 공모전’에 접수된 사연 중 하나다. RSV는 모든 연령대에서 감염될 수 있지만 2세 이전 영유아에서 발병률이 높다. 특히 미숙아나 6개월 이하의 영아, 폐 또는 심장에 만성질환이 있는 유아가 RSV에 감염되면 심각한 위험이 동반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노피가 임신·육아 일기 작성 플랫폼인 ‘맘스다이어리’를 통해 RSV에 감염된 자녀를 돌봤던 부모들의 사연을 받은 것도 RSV 감염으로 인한 하기도 질환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다.



RSV는 흔히 기침·재채기 등 호흡기 비말(타액)을 통해 전파·확산한다. 문제는 아이가 RSV에 감염된 비말을 들이마셔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잠복기가 보통 4~6일 가량 유지된다는 점이다. 잠복기가 지나도 초기 증상이 발열, 코막힘 등으로 경미하고 감기와 비슷하다 보니 보호자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임신 기간 37주를 못 채우고 태어났거나 체중이 2.5㎏에 미달하는 이른둥이나 아주 어린 영아는 전형적인 증상 대신 밥을 잘 먹지 않고 보채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초기 대응이 더욱 어렵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RSV에 감염된 영유아의 약 25~40%는 폐렴, 모세기관지염 같은 하기도 질환으로 악화된다. 바이러스가 하부 호흡기로 퍼지면서 폐로 통하는 좁은 기도에 염증을 일으키는 탓이다. 영유아 시기에는 자칫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다. 특히 기침할 때 ‘컹컹’ 또는 ‘쌕쌕’거리는 소리가 느껴진다면 RSV에 감염되어 바이러스가 하부 호흡기로 퍼졌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가벼운 감기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입원 치료가 필요해지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강지만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RSV 감염은 경미한 증상으로시작해 입원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영유아 자녀의 숨이 가쁘고 호흡이 얕으며 비정상적으로 빠른 경우 흉벽이 갈비뼈 사이에서 배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흉벽 함몰 외에도 아이의 입술 또는 손톱이 파래지거나 ‘쌕쌕’ 소리가 동반되는 기침을 한다면 RSV가 의심되므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 한번 맞으면 항체 5개월 유지…예방주사 연내 도입




우리나라는 일교차가 커지는 10월부터 RSV가 본격적으로 유행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주춤했던 RSV 입원 환자는 2022년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RSV는 늦가을과 겨울철 1세 미만 신생아가 입원치료를 받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RSV 예방은 손씻기, 개인용품 공유하지 않기 등 개인적 위생 수칙을 준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영유아 RSV 감염 예방 제품의 투여 대상이 이른둥이를 포함해 중증 RSV 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강지만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사노피 ‘베이포투스(성분명 니르세비맙)’가 국내 도입되면 보다 적극적인 RSV 감염 예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포투스는 첫 RSV 시즌을 맞은 모든 영유아에게 투여 가능한 RSV 예방 항체주사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고 내년 초 처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포투스는 1회 투여 시 최소 5개월간 항체 유지가 가능해 계절 전체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베이포투스를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도입한 스페인 갈리시아에서는 베이포투스를 투여 받은 6개월 미만 영아의 RSV로 인한 입원이 미접종 영아에 비해 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RSV는 감염력이 높아 비말이나 접촉 등을 통해 쉽게 감염·전파될 수 있다. 면역 획득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며 “해외에서 RSV 예방 항체주사가 급성호흡기 감염은 물론 관련 입원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만큼 국내에 조속히 도입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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