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동안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34년 전남도민의 숙원 ‘전남권 국립의대(전남 의대)’ 설립 방식이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순천 거리 곳곳에 ‘순천대 의대 유치, 공모 반대’라는 수많은 현수막이 지난 19일부터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전남도는 현재 ‘1대학 2병원 신설’과 ‘통합 전제 통합의대’를 투트랙으로 첫 의대 설립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통합’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집안에서 한 지역을 선택하기에는 애초부터 현실 가능성이 낮은, 지역 분열 등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공모를 반대해 왔던 순천대에서도 사전적 의미는 다르지만, 전남도의 ‘통합’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내면서 더 이상 격화된 갈등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합에 대해 여전히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회의론적인 반응이 높다. 결정권을 쥔 정부에서 아직까지 답이 없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34년 염원이다.
무려 8개월 동안의 소모전이 펼쳐졌다. 모든 정책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180만 명의 건강권·생명권에 해당 지역의 대학과 미래가 걸려있다 보니 후폭풍은 거세게 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처음부터 일관된 주장을 펼쳐온 노관규 순천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소모적 논쟁에 대해 입장을 남겼다. 그는 공모선동과 함께 오락가락 했던 순천이 지역구인 민주당 국회의원·도의원 등 일부 정치인들과 다르게 “오로지 순천 발전”을 외쳤다. 동·서 갈등을 예견한 듯 ‘플랜A’로 전남도 주도가 아닌 정부 주도의 공모와 ‘플랜B’로 순천대와 목포대 양쪽에 의대와 대학병원이 들어와야 한다는 일관된 목소리를 냈다.
결국은 통합인데….
수개월 동안 통합의대→ 공모 추천(단독의대)→ 공동의대→ 통합의대가 언급되고, 설립방식 등을 놓고 동부(순천)와 서부(목포) 간 갈등·대립·논란을 거듭한 상황이 야속해 보이기만 하다.
이제 정부 결단만 남았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페이스북에 “순천시민과 동부지역 도민들의 한 목소리 응원 덕분으로 전남도 의대공모는 사실상 철회된 것으로 보인다”며 “순천대 의대유치는 정부가 결단해주면 절반은 성공이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공동·통합·연합 등 복잡한 말은 쓰지만 결국 양 지역 모두 의대·병원을 유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들이 통합 하는 것은 처음부터 시(순천시)가 나설 영역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이제 두개 의대·대학병원 이런 가닥이 잡혔으니 순대는 병원부지 확보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고 순천시는 행정적 지원은 지금처럼 최대한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 시장의 이 같은 메시지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제부터라도 전남 의대 설립을 위해 순천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전남도가 주도하든, 정부가 주도하든 순천대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순천대는 목포대에 비해 준비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순천대는 인구와 경제성 등을 고려해 목포대에 비해 당연히 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대학병원 등을 위한 부지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미 자체적으로 부지 문제를 해결한 목포대에 비해 순천대의 전남 의대 유치를 위한 추진력은 뒤쳐져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목포대와는 다르게 정치적으로 뒤에 숨는 듯한 행보를 보인 순천대의 나약한(?) 모습에 일부 순천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8개월 동안의 소모적 논쟁. 누구의 책임을 묻기도 다급하다. 이제는 의대정원 등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순천대·목포대 양 대학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는 그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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