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치지형의 변화가 한국과 체코 간 원전동맹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체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야당 지도자가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과 관련 몽니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야당이 현 집권 정부의 실정에 대한 공세에 나선 것일 뿐 원전 사업 자체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21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체코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야당 ANO(긍정당)의 카렐 하블리첵 부총재(전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는 19일(현지시간) 공개된 현지 언론(iDNES.cz)과 인터뷰에서 “체코전력공사(CEZ)의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한수원과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 본계약 체결이 무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CEZ가 4000억 코루나(약 24조 원)에 달하는 건설 자금을 조달할 재정 여력이 없다”며 “CEZ경영진이 본계약 체결을 거부할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체코는 올해 4월 두코바니 5호기 건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승인받았으며 6호기에 대해서는 EU 측과 지원 가능 여부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믈린 3·4호기는 아직 건설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카렐 부총재는 입찰 과정을 둘러싼 경쟁국들의 불복 절차를 두고도 체코 집권 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수원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에 휘말려 있다”며 “결국 한국(한수원)이 미국(웨스팅하우스)에 돈(로열티)을 지불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망했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한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한수원이 사실상 덤핑수주했다’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제소한 데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프랑스 측을 옹호했다.
카렐 부총재는 2019년 4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체코 정부의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을 지내며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입찰 준비 과정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다만 실제 공식 입찰 개시는 정권 교체로 요제프 시켈라 현 산업통상부 장관이 재임한 2022년 3월 이뤄졌다. 카렐 부총재는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야당 소속으로 현 체코 정부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는데 이번 인터뷰 역시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가 소속된 포퓰리즘 성향 ANO는 최근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데 이어 내년 총선에서도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카렐 부총재는 야당이 구성한 예비 내각(그림자정부)의 총리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세종=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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