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7일(현지 시간)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핵심 관계자들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주장하고 나섰다. 우려하던 고용시장에서 확장세가 나타나고 경제성장률도 고공비행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1일 “기준금리를 천천히 인하하는 전략이 리스크를 통제하고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건 총재는 인하 속도를 늦춰야 하는 이유로 인플레이션 재상승 위험을 꼽았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연은 총재도 이날 “경제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을 면하기 위해 과도한 금리 조정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점진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상황을 살피고 중립금리를 평가할 여유가 생긴다”고 속도 조절론을 지지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부양하거나 억누르지 않는 수준의 금리로 일종의 장기 목표 금리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은 총재 역시 “금리가 중립 수준으로 내려가는 몇 개 분기 동안 보다 완만한 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일부 연은 총재는 금리 인하 속도뿐 아니라 이번 정책 주기의 전체 금리 인하폭도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점을 나타냈다.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 몇 년간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경제가 좋았다는 사실은 적어도 현시점의 중립금리는 전보다 높아졌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까지 장기 중립금리를 약 2.5%라고 봤지만 최근 발표한 점도표에서는 2.9%까지 높였다. 슈미드 총재는 “금리가 정착할 지점은 팬데믹 이전 10년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며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했다.
연준 내에서 속도 조절론과 최종금리 상승 전망이 커지는 이유는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여서다. 고용시장의 경우 최근 9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3월(31만 명) 이후 최고치인 25만 4000건 증가했다. 애틀랜타연은에 따르면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연율 3.4%에 이른다. BMO캐피털마켓의 선임이코노미스트 살 과티에리는 “경제는 연착륙과 노랜딩(no-landing) 사이에 있다”며 “연준의 대폭 금리 인하는 지난번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착륙 기대감이 산업계까지 번지면서 투자 부적격(신용등급 BB 이하) 기업들이 발행하는 이른바 정크본드 시장도 활황세다. 피치북LCD데이터에 따르면 9월 정크 등급 기업들의 자금 조달 규모는 1097억 달러로 2005년 이후 월간 기준 세 번째로 높았다. 현재 미국 국채 대비 정크본드의 위험프리미엄은 2.88%포인트로, 이는 2007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침체로 인한 기업 채무불이행 우려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약 경제가 침체에 빠지거나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할 시 이 같은 투자에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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