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잎들이 점차 빨강·노랑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호텔·리조트 업계가 바빠졌다. 가을을 만끽하고 싶지만 일정상 해외에는 가지 못하는 고객들을 겨냥해 이색 상품으로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10월 말부터 11월 초중순까지 가을 단풍이 절정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단풍 맛집’으로 유명한 호텔들의 예약이 속속 차기 시작했다. 북한산을 마주하는 파라스파라 서울 측은 “주말은 이미 예약이 다 찼다”며 “2~3개월 전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해 이달 들면서 예약이 빠르게 찼다”고 전했다. 남산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 또한 이달 평균 투숙률이 평일은 95%, 주말은 100%로 집계됐다. 아차산을 낀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도 10월부터 11월 말까지 객실 점유율이 65%로 집계됐다.
호텔·리조트 업계에서는 수도권에 위치한 곳일수록 리드타임(예약일부터 체크인까지의 기간)이 짧다고 입을 모았다. 여행객들이 단풍 여행으로 해외·지방을 먼저 검토하다가 마지막 선택지로 서울 인근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호텔·리조트들이 최근 이색 체험, 혜택 등을 내세우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파라스파라 서울은 올해 처음으로 투숙객 대상으로 ‘스탬프 탐험대’를 운영한다. 투숙객들이 600년 된 은행나무 등 리조트 내 유명 장소를 찾아 도장도 찍고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모든 장소를 찾아 도장 찍기 미션을 달성한 고객에게는 텀블러·손수건 등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북한산 트래킹 패키지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투숙 기간 북한산국립공원 패스포트 내 트레킹 코스를 1개 이상 인증하면 파라스파라 델리의 시그니처 북한산 케이크와 아메리카노를 선물로 제공한다.
워커힐은 아예 전문성을 갖춘 숲 해설로 가을철 인기가 높다. 워커힐 호텔에 소속된 요가·수영 등 분야별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워키’ 직원들 중 숲 해설가 자격증을 가진 워키가 매일 아침 한 시간 동안 투숙객과 함께 산책하며 숲에 대해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가을 시즌에는 △가을 리스, 도어벨 등을 직접 만들어 보는 ‘어텀 아트 클래스’ △숲속에서 명상·스트레칭을 하는 힐링 포레스트 프로그램 △워커힐의 명소에서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추억을 남기는 ‘워커힐 포토 투어’ △나만의 캔들을 만들 수 있는 ‘아뜰리에 드 캔들’도 운영 중이다.
소월길·남산으로 둘러싸인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올해 처음 선보인 웰니스 이벤트 ‘스몰 스텝스 에브리데이’를 당초 이달 20일까지 하려다 이달 말까지로 연장해 운영한다. 야외 공간에서 요가 및 크로스핏 클래스를 할 수 있는 행사로 가을 날씨가 계속되면서 행사 기간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에서 차로 40분이면 갈 수 있는 경기도 광주의 화담숲도 올해 새로운 볼거리를 추가했다. 화담숲은 올해 가을 단풍 축제를 11월 17일까지 진행한다. 단풍 축제 기간 내장단풍을 비롯해 아기단풍·산단풍·고로쇠·복자기 등 400여 품종의 단풍을 볼 수 있어 매년 인기가 높았다. 올해 3월 개관한 복합 문화 공간 화담채에서는 분재 팝업 전시인 ‘화담정원’도 진행한다. 화담숲이 소장하고 있는 소나무·소사나무·철쭉 등 희귀 분재 12점과 최원서·권지영 작가의 조형 작품 10점을 볼 수 있다. 단풍과 함께 희귀 분재까지 볼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풍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해당 기간에는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이색 인증 사진을 찍어주고 도토리로 장식품을 만들어주는 등의 이색 체험은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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