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 범어사를 찾아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라고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또 범어사 스님들은 윤 대통령에 인내를 강조하며 “적당히 비우고 새로 채우는 마음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덕담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전날 면담 이후에도 당정 갈등 관계만 계속 부각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 금정구 범어사에서 정오스님 등 사찰 관계자들과 차담을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범어사는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 사찰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현직 대통령의 범어사 방문은 이승만 대통령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다. 금정구는 최근 구청장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지역이다.
범어사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대웅전에 입장해 향로에 헌향하고 부처님께 삼배를 올렸다. 이후 정오스님에게 “20여 년 전 부산에 근무했고, 떠나서도 금정산을 등산하며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라며, “비 오는 날 부처님을 뵈니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정오스님은 “사람이 아닌 국민에게 충성한다는 말씀과 힘들지만 꿋꿋하게 이겨내며 대통령이 되신 모습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셨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 시국에 국가 재정이 과도하게 사용되어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계실 텐데 안타까운 점이 많다”고 했다.
정오스님은 직접 쓴 ‘무구무애(無垢無碍)’ 즉, 인생을 살면서 허물이 없어 걸릴 것이 없다는 문구가 적힌 족자를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나라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범어사에서 주신 많은 가르침에 힘입어 이 나라가 똑바로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장 정여스님은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든든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1월 자승스님이 입적하셨을 때를 떠올리며 “그 당시 자주 전화도 드리고 용기를 많이 주셨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방장 정여스님은 “동산스님의 가르침 중에 ‘감인대(堪忍待)’ 즉, 견디고 참고 기다리라는 가르침이 있다”며 “‘일인장락(一忍長樂, 한 번 참으면 오랫동안 웃는다)’이라는 말처럼 직무를 하시는 동안 힘들 때마다 이 문구를 보며 지혜롭게 극복하시라”는 말과 함께 ‘감인대(堪忍待)’가 적힌 액자를 선물했다.
방장 정여스님은 “인생을 살다 보면 가슴에 남는 것들이 있고 스스로를 흔드는 경우가 있는데, 바깥에서 흔드는 것보다도 내 스스로가 흔들리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마음속 상처를 너무 간직하면 병이 된다며, 적당히 비우며 새로운 것을 채우겠다는 마음가짐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통령은 “진작 왔어야 하는데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라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답했다. 이에 방장 정여스님은 “휘말리지 않고 꿋꿋하게 하시는 모습이 든든하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받은 ‘무구무애(無垢無碍)’가 적힌 족자, ‘감인대(堪忍待)’가 적힌 액자에 더해 ‘오직 나라 사랑 한마음’, ‘오직 국민 행복 한마음’이라 적힌 족자들을 선물 받고, 방장 정여스님, 정오스님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이날 범어사 방문에는 범어사 방장 정여스님, 주지 정오스님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전광삼 시민사회수석 등이 함께했다.
한편 이날 한동훈 대표는 인천 강화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당내 친한계 인사 20여명과 만찬 자리에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과 관련해 “상황의 엄중함에 인식을 같이 하고 함께 힘 합쳐서 극복해 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그는 윤 대통령과의 회담 내용과 관련해 “제가 메시지를 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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