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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장애인 접근권' 첫 변론…국가 배상 책임 인정 주목

입법 부작위 위법성 쟁점 떠올라

원고 측 "개정 필요성에도 사실상 방치"

정부 측 "장애인 접근권 확보 위한 여러 정책 시행"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장애인 접근권 국가배상소송'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원고인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을 비롯해 유모차 이용자, 노인들이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라는 취지로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첫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날 원고 측과 피고 측은 '행정입법 부작위의 위법성'을 쟁점으로 주장을 펼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23일 장애인 접근권을 정부가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며 제기한 차별구제 청구 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은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처음 열린다.

2018년 지체장애인 김 모 씨 등이 GS리테일, 호텔신라, 투썸플레이스 및 국가를 상대로 제기했다. 원고 측 주장은 1998년 옛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이 편의점 등 소규모 상가에 이동식 경사로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사실상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편의점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2022년 2심 재판 중 시행령이 개정돼 '바닥 면적 50㎡(약 15평) 이상 점포'도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 범위가 확대됐다.



대법원은 국가가 장애인 등 편의법 관련 '편의시설 설치 의무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잡아 장애인·유모차 이용자·노인 등에게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국가가 해당 시행령을 장기간 개정하지 않은 것이 입법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해당해 위법한지,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해야 하는지 등이다.

원고 측 이주언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과거 시행령이 바닥면적 합계 300㎡(약 90평) 이상일 때만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적용받는 사업장이 0.1~5% 남짓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개정 필요성이 오래간 제기됐으나, 사실상 방치됐다는 점도 짚었다.

반면 정부 측 이산해 변호사(정부법무공단)는 법령이나 법률 문헌상 (피고에게) 작위 의무가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 권고 이후 시행령 개정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정부가 장애인 접근권 확보를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해왔다는 것이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질의 중 "법이 동등한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했는데, 과거 시행령 기준 (경사로 등 설치의무) 적용 사업장이 5%대인 것을 두고 ‘정부도 할 만큼 했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2022년부터 해당 사건을 심리 중이다. 합의를 거쳐 2~4개월 내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대법원이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입법 부작위에 따른 국가 배상을 인정하는 첫 사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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