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방송인 양재웅(42)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W진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한 것과 관련해 병원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3일 양씨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환자 사망과 관련한 병원 측 과실을 인정하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게 아니냐는 거듭된 질의에도 양씨는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월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양씨가 운영 중인 W진병원에 내원했던 30대 여성 A씨가 입원 17일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사망 전날인 26일 오후 7시께 병원 내 안정실에 홀로 격리됐고, 이후 A씨가 저항하자 의료진은 사망한 날 약 2시간가량 그의 손과 발, 흉부를 침대에 묶는 강박 조처를 실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A씨의 추정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이었다. 이에 유가족은 A씨의 사망 후 양씨 등 의료진 6명을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양씨는 국감장에서 ‘(환자 사망 당시) 당직 의사가 병원에 있었느냐’ ‘당직 의사가 고인의 상태를 직접 보고 직접 지시한 것이 맞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으나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을 피했다.
양씨는 아직 유가족을 대면해 사과의 뜻을 표하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유가족을 직접 만나 사과했느냐’는 질문에 “아직 저는…”이라며 만나서 직접 사과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유족에) 사과할 의사는 계속 있었다”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희 병원을 믿고 입원시키셨는데 안전하게 회복시켜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병원 내 격리·강박 실태 등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신질환의 경우) 치료 난이도가 높고 자원 투입량도 많아 그동안에 정책 순위에서 뒤처진 게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예방과 치료, 재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연계해서 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주시면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날 양씨가 과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국감장에 함께 출석한 신석철 정신장애인연합회 대표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양재웅 증인께서 의료과실이 없다, 얘기하지 못한다고 답했는데 이렇게 할 바에는 병원장을 사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양씨는 환자 사망 사건이 알려진 후 지난 7월 소속사 미스틱스토리를 통해 “W진병원에서 입원 과정 중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본인과 전 의료진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며 “고인과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져 계실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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