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을 결정한 북한이 1500명을 추가로 러시아에 파병해 지금까지 보낸 병력 규모가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국가정보원이 파악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12월까지 총 1만 명가량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 내부에서 군인 가족들을 중심으로 파병 소식이 확산하자 북측이 파병 군인 가족을 격리하는 등 내부통제에 나선 동향도 포착됐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23일 조태용 국정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북한군 파병 동향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현재 북한이 러시아에 추가적으로 1500여 명을 더 파견해 현재까지 러시아로 이동한 총 병력 규모는 약 3000명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앞서 국정원은 18일 북한이 8일부터 13일까지 특수부대 1500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열흘 사이에 파병 인원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국정원은 12월까지 총 1만여 명의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첩보를 정보위에 제시했다고 박 의원이 전했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파병 소식은 확산되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북한 내부에서도 파병을 입증하는 동향이 입수되고 있다고 한다”며 “북한 당국은 관련 사실을 일절 외부에 알리고 있지 않지만 주민들 간에 ‘폭풍 군단이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사실이 유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선발 군인 가족들이 크게 오열한 나머지 얼굴이 많이 상했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은 철저한 입단속과 함께 파병 군인 가족들을 효과적으로 통제·관리하기 위해 이들을 모처로 집단 이주·격리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것으로 전해진 북한군 병력이 조만간 동부 격전지에 투입될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보고도 나왔다. 양측이 치열한 전투를 이어가는 지역인 만큼 조만간 교전 과정에서 북한군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정부는 정보 수집을 위한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RBC우크라이나는 2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장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군이 23일 러시아 동부 쿠르스크 지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한군 병력은 러시아 군대를 도와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쿠르스크 지역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쿠르스크에 투입될 북한군 규모와 무기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쪽 접경지인 러시아 쿠르스크는 8월 우크라이나군이 일부를 점령하면서 양측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들은 21일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교관 약 40명이 쿠르스크주 르고프스키 지역으로 배치됐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군을 대상으로 ‘군사용 풍선’ 사용법을 훈련시켰으며 러시아군은 북한군에 ‘현대식 보병 전투 전술’을 교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러시아군이 대남 쓰레기(오물) 풍선과 같은 방법으로 생화학 무기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북한의 파병에 대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에게서 보고 받았다며 “6000명씩 2개 여단이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등 서방은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체적인 프로세스와 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북한 파병설에 대해 정보 수집과 평가를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한편 러시아의 고위급 대표단이 방북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가 23일 보도했다. 우리 정부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하면서 요청받은 북한군 파병 관련 정보 공유를 위해 대표단을 나토에 신속히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