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팽팽할 수 있을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빅5’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차례로 촘촘하게 몰린 채 첫날 경기를 마쳤다. 야구의 투수전처럼 긴장감 넘치는 줄타기가 계속된 가운데 남은 사흘 ‘서경퀸’ 타이틀을 향한 강자들의 레이스에 제대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경기 용인 기흥의 88CC 서코스(파72·6694야드)에서 열린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10억 원, 우승 상금 1억 8000만 원) 1라운드.
올 시즌 대상(MVP) 포인트 순으로 1~5위인 윤이나(21·하이트진로),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 박지영(28·한국토지신탁), 이예원(21·KB금융그룹), 김수지(28·동부건설)는 모두 타수를 잃지 않은 채 이븐파 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예원이 3언더파를 쳐 선두와 2타 차의 공동 3위로 가장 앞섰고 윤이나와 박현경은 1언더파 공동 15위다. 박지영과 김수지는 나란히 이븐파(공동 27위)로 뒤를 이었다.
상금 1·2위이기도 한 윤이나와 박현경의 같은 조 대결은 일진일퇴의 각축이었다. 현재 투어에서 팬덤이 가장 두텁기로 첫손을 다투는 둘은 나란히 첫날부터 구름 팬을 모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선을 제압한 것은 박현경. 그린 뒤 칩인으로 2번 홀(파4) 버디를 잡고 4번 홀(파5) 버디로 더 달아났다. 5번 홀(파4) 보기는 6번 홀(파4) 3m쯤 되는 버디로 지워버렸다. 8번 홀(파5) 3퍼트 보기가 아쉬웠지만 전반에 1타를 줄인 스코어로 보기만 하나인 윤이나를 2타 차로 앞섰다. 후반은 윤이나의 페이스였다. 10번 홀(파5) 4m 버디 뒤 박현경이 11번 홀(파4) 보기를 범하면서 단숨에 동타가 됐다.
막판 공방은 더 극적이었다. 박현경이 17번(파4)에서 4.5m 넘는 버디를 떨어뜨리자 윤이나는 마지막 홀(파5) 웨지 샷을 핀 1m 남짓에 바짝 붙인 뒤 버디로 맞받아쳤다. 윤이나는 이날 최장 302야드의 장타를 뽐냈다.
지난 시즌 3관왕 이예원과 가을에 유독 강한 ‘가을 여왕’ 김수지가 맞붙은 조도 불꽃을 일으켰다. 16번 홀까지도 이예원이 2언더파로 김수지를 단 1타 앞섰다. 스코어가 요동친 것은 역시 마지막 두 홀. 이예원의 17번 홀 5m 버디 퍼트가 홀로 떨어지고 김수지가 18번 홀에서 4온 2퍼트로 보기를 범하면서 둘 사이는 3타 차로 벌어졌다.
5언더파로 선두에 오른 임진영(21·대방건설)은 2022년 데뷔한 선수다. 그해 신인왕 이예원과 데뷔 동기로 67타는 8월 KG 레이디스 오픈 2라운드 66타 이후 개인 최소타다. 첫해 드라이버 샷 거리 전체 7위에 오를 만큼 장타자였는데 지난해 2부 투어로 떨어진 뒤 구질을 바꾸는 스윙 교정에 들어간 영향으로 올해는 장타 부문 72위에 자리했지만 방향성과 일관성이 좋아졌다. 현재는 바꾼 스윙에 거의 적응해 다시 거리를 늘릴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임진영은 “이번 대회를 포함해 남은 3개 대회에서 반드시 데뷔 첫 우승을 해낸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했다.
4언더파 2위의 김소이(30·휴온스)는 정확히 상금 60위에 걸린 선수다. 다음 주 대회까지 상금 60위 안에 들어 있어야 시드전에 끌려가지 않고 내년 시드를 유지할 수 있다. 김소이는 “마음 속 다른 생각은 비우고 시드전에는 가지 않는다는 생각만 가지고 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김해림(35·삼천리)은 1언더파를 치고 후원사인 삼천리 임직원들과 가족·팬들이 모인 가운데 은퇴식을 치렀다. 2009년 데뷔해 통산 7승을 남긴 김해림은 삼천리 골프단 코치로 일할 예정이다. 이날 18홀 동안 노 보기를 기록한 선수는 보기 드문 ‘올 파’를 적은 정윤지(이븐파)와 버디만 3개를 잡은 김민별(3언더파) 단 두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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