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열흘 앞두고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패를 점치기 힘든 ‘초박빙’ 판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후보는 연일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를 찾아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탄 트럼프는 24일(현지 시간) 애리조나·네바다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아픈 손가락’인 불법 이민자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같은 날 해리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조지아주를 찾아 흔들리는 흑인·히스패닉 표심 다잡기에 나섰다.
해리스는 이날 조지아 디캘브카운티 클라크스턴에서 열린 유세에서 “나는 중산층 출신이며 내 출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식료품에서 처방과 주택까지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매일 애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는 억만장자와 대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감세를 공약하지만 나는 1억 명의 중산층 시민들에게 감세를 제공할 것”이라며 차별화를 꾀했다. 해리스는 이날 오바마와 첫 공동 유세에 나섰다. 오바마는 “트럼프가 하는 미친 짓들은 사람들이 더 이상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흔한 일이 됐다”며 “돈과 자존심·지위에만 몰두해 그런 짓을 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남서부 경합주를 찾아 해리스 측에 맹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애리조나주 매리코파카운티 템페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해리스가) 고의로 국경을 해제하고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며 “미국은 전 세계의 쓰레기통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히스패닉과 흑인이 수백만 불법 이민자들의 침입으로 일자리를 잃었다”며 “우리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리스와 트럼프가 이날 공략에 나선 지역은 경합주 가운데서도 각각 열세를 띠고 있는 곳이다. 블룸버그통신이 16~20일 7개 경합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네바다·애리조나주에서, 트럼프는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위스콘신에서 각각 우위를 점했다. 두 후보는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 조사(경합주)에서는 해리스(49.1%)가 트럼프(48.5%)를 앞섰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19~22일, 전국)에서는 트럼프(47%)가 해리스(45%)를 역전했다. 포브스·해리스X 조사(21~22일, 전국)에서도 트럼프가 해리스를 2%포인트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대선 이후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스크립스·입소스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대선 이후 폭력 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70%가 폭력 사태 발생 가능성을 걱정했다. 한편 대선 이후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토마스 헬빙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은 물론 미중 양국에 강하게 노출돼 있다”며 “무역 갈등 증대는 주요 하방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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