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교량·터널 재정투자 사업이 유찰을 거듭하면서 수의계약에 기대고 있다. 운영 리스크 없이 건설만 하는 단순 도급 사업이지만 공사비와 인건비 등이 올라 비용 부담이 여전한 탓이다.
25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광역시가 공고한 ‘승기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 사업’에는 태영건설 컨소시엄이 단독 입찰해 유찰됐다. 인천시가 2005년 민간투자 사업으로 검토하다가 비용 문제로 2020년 재정투자 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약 20여 년을 끌어온 사업이다.
시장에서는 인천시가 2차 입찰 공고를 내더라도 참여하는 건설 업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가 발주 전 업계 의견을 수렴해 공사비를 상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사업성이 턱없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와 소이작도를 연결하는 연도교 건설 공사는 3차례 입찰에도 참여 업체가 없어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340억 원이던 추정 금액을 344억 원으로 올리고 입찰 참여 자격도 완화해 올해 두 차례 추가 입찰을 실시했지만 참여한 시공사는 한 곳도 없었다.
이전까지 공공공사 유찰은 흔치 않았다. 정부와 지자체가 발주하는 사업을 따내는 것인 만큼 시공 능력을 공인받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공사비 지급도 지연되거나 떼먹는 일이 없어 시공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현금 확보가 가능했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공사는 리스크가 적은 안정적인 사업이라 인기가 많았다”며 “다만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물을 요구해 주로 중소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뛰어들던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성 등의 이유로 민간 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정부와 지자체 등이 추진하는 SOC 사업은 대거 멈춰선 상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정부와 지자체가 발주한 공공공사 유찰률은 68.8%에 달한다. 공공공사를 주력으로 하는 지방 건설사는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공공공사에서도 유찰이 거듭되면서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빨간 불이 켜졌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전년(25조 원)보다 5.6% 늘린 26조 4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공공공사 수주를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분이 적절히 반영되지 못해 주요 공공공사가 유찰·지연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공사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현실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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