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이 나오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 묻는 이들에게 저는 늘 이렇게 반문해요. ‘당신 책 써본 적 있어? 대본 써 본 적 있어?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알아?'라고요.”
24년 만에 ‘글래디에이터’의 속편 ‘글래디에이터 2'를 선보이는 할리우드 거장 리들리 스콧(85세) 감독은 25일 화상으로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속편 제작의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스콧 감독은 “특히 사람들이 1편보다 별로 일 것이라고 생각해 속편을 만드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속편 제작을 늦게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1편이 대성공을 하고 작가가 4년 후에 시나리오를 썼지만 그의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것. 그는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작가가 삐칠 분은 아니다”며 “4년을 더 묵혀서 ‘글래디에이터’ 이후 8년이 지났는데, 그 후 많은 일들 있어서 작업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생각 한 게 분명히 우리의 발자국을 이끌어 줄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엄마와 아들이었다”며 “1편에서 생존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개념화하고 나서부터는 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고, 열심히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글래디에이터2’에서는 막시무스(러셀 크로우)의 아들 루시우스(폴 메스칼)와 그의 어머니 루실라(코니 닐슨)가 살아 남는다. 루실라는 루시우스를 해치려는 세력을 피해 루시우스를 먼 곳으로 떠나 보냈고 이후 노예로 팔려온 아들 루시우스를 한눈에 알아본다.
영화는 막시무스 죽음 이후 20년이 지나고 폭군 카라칼라 황제 통치 하에 더욱 타락한 로마 제국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1000년 전 융성했던 로마의 웅장함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영상이 관객을 압도한다. 스콧 감독은 1000년 전의 로마를 재현하기 위해 고증하고 또 고증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는 수 많은 고증을 거친다”며 “로마 제국의 건축, 의상, 생활 양식 등을 로마의 냄새가 날 정도로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역사적 사실을 자세히 조사하고 이해하되 어떻게 나만의 버전으로 영화화할 것인가 질문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글래디에이터 2'는 웅장한 스케일과 상상을 초월하는 긴장감 넘치는 액션이 압권이다. 원형 경기장에서 유인원과 검투사들이 사투를 벌이고, 물로 채우고 배를 띄운 채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이때 물에는 상어가 검투사들을 위협하는 섬뜩한 장면도 나온다.
루시우스를 검투사로 발탁하는 ‘미스터리한’ 권력자 마크리누스 역을 맡은 덴젤 워싱턴은 "세트장의 압도적 규모 때문에 현장에 도착하면 배우가 극 중 인물에 몰입할 준비가 저절로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은 "스콧 감독은 우리가 진짜 로마인이 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세트장과 같은 제작 지원으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시우스를 연기한 폴 메스칼은 무적의 검투사에 걸맞은 체격을 만들려고 열심히 운동과 닭가슴살 등을 먹으며 식이요법을 병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스콧 감독이 항상 내 몸을 검사하듯 위아래로 샅샅이 훑어볼 때 그 시선의 따가움을 견뎌야 했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스콧 감독은 "감독으로서 할 일은 캐스팅을 잘하는 것"이라며 "그게 잘 됐다면 배우에게 이런저런 연출 지시를 하면서 여러 번 찍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글래디에이터 2'는 다음 달 13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북미 지역 개봉일은 2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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