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이 15년 만에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과반 확보도 위태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 동력을 얻기 위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조기 해산 승부수가 여론의 심판에 가로막히면서 이시바 내각은 이달 1일 출범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존립을 모색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자민당 선거 연패’를 불러온 ‘비자금 스캔들’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이날 오후 8시 투표 종료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은 총 465석 중 153~219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선거 전 247석을 크게 밑돌고 과반 의석에 못 미치는 수치다. NHK 외 아사히신문·요미우리신문 등의 출구조사에서도 자민당의 단독 과반은 붕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은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은 2012년 중의원 선거부터 총 4차례의 총선에서 매번 단독 과반 의석을 달성해왔다. 이시바 총리가 이번 총선의 승패 기준으로 제시한 ‘여당(자민·공명당 연합) 과반 확보’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NHK 출구조사에서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은 21~35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과반 의석은 당장 선거 후 열릴 특별 국회에서 총리 지명 통과를 위해 필요한 데다 법안 가결을 위해서도 확보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자민당은 공명 이외에 제3당에 손을 벌려 연정을 확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이시바 총리와 당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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