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7일 진행된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단독 과반 의석 확보 실패가 확실시된다는 출구조사 결과에 “엄중한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개표 도중 일본 공영방송 NHK에 “(끝까지 개표를 봐야 하지만)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자민당은 더욱 제대로 반성하고, 더욱 국민 의사에 맞는 정당이 되라는 국민의 강한 의지가 나타났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를 제대로 바꾸지 않으면 (내년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또다시 엄중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정치개혁본부를 가동하는 일도 함께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본인의 책임에 대해서는 “개표가 남아 있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시바 총리는 파벌에 의한 비자금 스캔들로 유권자의 신뢰를 잃은 데다 이 이슈가 선거를 장악하면서 제대로 된 정책 경쟁을 펼치지 못한 것이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리는 후지TV 개표 방송에서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해 (국민으로부터) 이해를 구하지 못한 것이 가장 컸다”며 “(선거가) 외교·안전보장이나 사회보장 등 개별 논점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지 않고, 정치자금 문제에 집중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정권 운영을 위한 야당과의 협력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신임을 받지 못하고, 야당이 많은 신임을 얻었다면, 국민의 의사에 최대한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NHK가 이날 오후 8시 투표 종료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은 총 465석 중 153~219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선거 전 247석을 크게 밑돌고 과반 의석에 못 미치는 수치다. NHK 외 아사히신문·요미우리신문 등의 출구조사에서도 자민당의 단독 과반은 붕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은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은 2012년 중의원 선거부터 총 4차례의 총선에서 매번 단독 과반 의석을 달성해왔다. 이시바 총리가 이번 총선의 승패 기준으로 제시한 ‘여당(자민·공명당 연합) 과반 확보’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NHK 출구조사에서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은 21~35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과반 의석은 당장 선거 후 열릴 특별 국회에서 총리 지명 통과를 위해 필요한 데다 법안 가결을 위해서도 확보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자민당은 공명 이외에 제3당에 손을 벌려 연정을 확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이시바 총리와 당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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