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관광협의회에 따르면 관광산업 비중은 2019년 기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했고 3억 3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오는 2033년에는 15조 5000억 달러로 더욱 성장해 세계 GDP의 11.6%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 규모 또한 4억 3000만 명으로 세계 노동 인구의 약 12%가 관광업체에 종사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된 ‘국회관광산업포럼 출범식’(주최 국회관광산업포럼, 주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국회의원 국민의힘 김석기 국회의원 민간공동대표 이훈 교수)에서 발표된 자료다. 아주 희망차다. 이 기사를 읽는 분들도 ‘우리도 관광산업에 더욱더 매진해야 하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공개한 자료 어디를 봐도 한국 관광산업 전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는 점이다. 세계관광기구의 글로벌 통계에서 한국 비중이 속해 있기는 하다. 그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이날 주제발제에 나선 전문가가 공개한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조사(관광진흥법 기준)에 따르면 관광산업 총매출액은 2019년 26조 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다소 위축된 2022년 17조 원 이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 GDP가 2040조 원(2022년은 2323조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광산업 매출은 GDP의 1% 남짓밖에 안되는 셈이다. 우리 관광산업 규모가 터무니 없이 작다.
이는 통계 기준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공식 관광산업은 현행 ‘관광진흥법’을 기준으로 한다. 관광진흥법은 과거 아날로그 관광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관광진흥법은 기껏해야 여행사, 관광지, 숙박업소, 국제회의업, 카지노, 테마파크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항공사·철도 등 교통, 면세점 등 유통, 제조업, 그리고 온라인 여행플랫폼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관광진흥법에 제한된 국내 관광산업의 비중은 절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2027년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유치 달성 목표라든지, 국내 여행지출 얼마 등의 관광객 개인에 맞춘 지엽적인 문제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문체부가 집계한 2019년 국내 총여행지출액은 44조 원이다. ‘총매출’보다 ‘여행지출액’이 많은 모순도 생긴다.
“전체 관광산업 생태계에서는 17개 업종이 관여한다. 하지만 관광진흥법상 기업 비중은 관광산업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기존 관광법제는 관광 발전 선도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하다. 관광대국 도약을 위해서는 관광법제 재정비가 시급하다” 등의 목소리가 이날 포럼에서 나왔다. 또 그동안 관광업계에서 독립된 ‘관광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주기적으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관광산업을, 그 이름에 걸맞게 모든 ‘관광 활동’을 포함시키기 위한 작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흐지부지 됐다. 관광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넘어 산업통상자원부·행정자치부 등 다른 부처 업무까지 포괄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관광통계에는 ‘관광진흥법 기준’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문체부 업무만 통계를 낸 것이다.
관광산업이 자동차산업이나 반도체산업 같은 개별 분야와는 다른 범주를 이룬다는 것은 이미 분명한 사실이다. 즉 더 큰 카테고리라는 의미다. 수많은 산업이 씨줄과 날줄로 연결돼 작동하는 것이 ‘관광산업’이다. 하지만 현재의 여행사 위주의 통계는 다른 분야 업계가 이 산업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근거로 제시된다. 관광진흥법을 시대에 맞게 고치는 작업이 당연히 필요한 이유다. 이번 국회관광산업포럼의 일이기도 하다.
국회관광산업포럼에는 현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관광 관련 협회, 학계, 여행사, 여행 전문 언론사, 몇몇 로컬 관광서비스기업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항공사나 유통사, 주요 플랫폼 등 굵직한 기업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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