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200%를 넘어서면서 현지 국민들은 기본적인 생활마저 포기하는 등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현지 방송 C5N에 따르면 모이게르 컨설팅사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1%가 아르헨티나의 전통적인 주말 문화인 '아사도'(소고기 바비큐)를 더 이상 즐기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61%는 가족·연인과의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피·아이스크림(58%), 과자(56%), 음료수(55%) 등 소소한 일상 소비마저 포기하는 상황이다.
현지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팔레르모의 한 상점 매니저 마르셀로 씨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50% 급감했다"며 "여름철을 맞아 음료수 판매가 늘어나야 하는데 전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제품 대신 저가 상품을 찾고 있어 생수까지 저렴한 브랜드로 교체했다"면서 "전기요금 폭등으로 냉장고 2대 중 1대는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 8~9월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7.1% 감소했다. 모든 유통채널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닐슨의 하비에르 곤살레스 이사는 "교통·서비스·공과금 등의 급격한 인상으로 가계 구매력이 급감해 식료품 소비마저 줄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보다 현재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의 경제정책이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실물경제는 극심한 침체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실제 9월 대형마트·편의점 매출은 20% 이상 감소했으며, 건설업 부문은 35.2% 급감했다. 화장실 건축자재 판매는 무려 57%나 줄었다.
정부는 "지난 4~5월 경기 저점을 통과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어 아직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편 2019년부터 50%대를 기록하던 아르헨티나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200%대로 치솟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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