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급을 포함한 북한군 일부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대치 중인 전선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실제 전투 참여가 임박한 셈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고위급을 수시로 파견하며 밀착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미국·유럽 등과 공조를 강화하며 전선 밖 외교전도 불꽃이 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9일 서울 내곡동 본부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북한의 동향을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연내 러시아에 총 1만 900명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러시아에 도착한 북한군 일부가 최전선에 배치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특수전 사령관을 지낸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전선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첩보를 확인 중이다.
국정원은 북한군 입대 연령(18세)을 고려할 때 파병 군인은 10대 후반도 일부 있고 대부분 20대 초반일 것으로 추정했다. 국정원은 또 미국 대선 후 7차 핵실험 가능성과 더불어 북한이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시험발사 같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파병 소식이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철저한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 누설을 우려해 장교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파병 군인 가족에게는 훈련을 간다고 거짓 해명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그러나 주민 사이에 파병 소식은 확산하는 형국이다. 국정원은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 강제 차출될까 걱정된다’는 주민과 군인들의 동요도 감지된다”고 보고했다.
파병 이후 북한과 러시아 간 긴박한 접촉도 우리 정보망에 포착됐다. 양국은 고위급을 서로 보내 추가 파병과 보상은 물론 위성 기술 전수나 경제적 협력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23~24일 모스크바와 평양을 왕복한 러시아 정부 특별기에 러시아 안보 핵심 관계자가 탑승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파병 문제를 조율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은 전날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러시아로 급파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최 외무상은 30일 모스크바로 이동해 파병 후속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협의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역시 우방과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외교전을 펴고 있다. 이달 말 미국·캐나다와 연달아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열고 다음 달 방한하는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와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제1차 한·EU 전략대화’를 개최해 러북 군사 협력 대책을 다룰 예정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과 정보 공유를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머물고 있는 정부 대표단은 우크라이나로 이동한다. 이 자리에서 한국 모니터링단 파견이 구체화할 수 있다.
국정원은 또 북한 노동자 4000여 명이 러시아로 파견돼 올 6월 러북 신(新)조약 체결 이후 광물을 비롯해 국제 제재를 받는 금수품에도 이면 합의가 이뤄지는 등 양국이 경제협력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파악했다. 파견 노동자의 월 급여는 800달러 정도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북한군의 전선 투입이 임박해 (전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조만간 한국에 특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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