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중(사진)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자리'에서 저출생 극복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청년 세대가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야 결과적으로 출산율도 개선될 것이란 판단이 근거다.
일본의 경우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의 취업률이 개선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일본 2024년 3월 대졸자 취업률은 98.1%로 이 조사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 2011년 91%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코로나19 시기 주춤했을 뿐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보다 대학 진학률이 낮다는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청년들의 취업이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과는 다른 우리나라의 치열한 대학 진학 경쟁,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지만 취업에 초점을 맞춘 전문학교 육성도 하나의 답으로 제시됐다. 김 연구원은 "일본은 일자리의 미스매치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 중심의 교육 정책을 개선, 전문학교를 육성했다"며 "일본의 전문학교 수는 2676곳, 재학생 수는 55만8243명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양국 공통의 과제도 있다. 바로 남녀 임금격차 해소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남녀 임금격차 1위는 한국(남성 임금이 여성 임금 대비 31.1% 높음·2021년 기준), 3위는 일본(22.1%)이다. 또 세계경제포럼(WEF)의 2024년 전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젠더 격차 지수는 146개국 중 118위, 한국은 94위로 여전히 낮은 순위다. 젠더 격차 지수는 경제·교육·건강·정치 등 4개 분야의 양성 평등 현황을 지수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2016년 4월부터 '여성활약추진법'을 시행해 기업들이 여성 채용 비율, 남녀 근속연수 차이 및 평균 야근 시간, 여성 관리직 직원 비율을 공표하도록 의무화했다. 여성 직원들에게 채용·승진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필요한 환경이 주어져 있는지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101명 이상을 고용한 일본 기업들에는 이러한 의무가 부과된다.
관련기사
김 연구원은 "한국의 적극적고용개선조치(300명 이상 사업장)보다 대상이 많다며 "일본은 여성을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기업들에 '엘보시', '구루민' 등 인증을 부여하고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일본에서는 '육아의 사회화'를 지향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김 연구원은 오카야마현 나기초의 '차일드홈'을 사례로 들었다. 일종의 마을 공동육아시설인 차일드홈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했다. 자녀 양육을 대체로 끝낸 50~60대 여성들이 육아 상담도 지원한다. 이밖에도 나기초에서는 여성들이 하루 2,3시간씩 일할 수 있는 일자리도 늘리고 있다. 한창 육아 중인 여성들도 단시간 근무를 통해 사회 참여, 가계 수입 확보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저출생 대응 정책의 근본적인 원칙 중 하나로 "제도가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책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최근까지 자민당 정권이 집권하면서 정책이 유지돼왔다. 과감한 재원 확보도 필수다. 김 연구원은 "일본은 소비세율 인상을 단행한 이후로도 새로운 재원을 찾기 위해 많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