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주재로 대규모 핵 훈련에 돌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 등 서방과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핵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북서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극동 캄차카반도를 향해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또 핵 잠수함에서 시네바·불라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 폭격기 투폴레프(Tu)-95MS에서 순항미사일을 쐈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덧붙였다. 지상·해상·공중 발사 등 3대 핵전력을 모두 동원한 셈이다. 이 중 야르스 ICBM은 사정거리 1만 2000㎞로 여러 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네바 미사일 등도 러시아가 동원할 수 있는 핵심 전략 무기로 꼽힌다. 러시아는 모든 목표물을 명중했다고 밝혔지만 서방 언론들은 관련한 추가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크렘린궁에서 화상으로 훈련을 참관한 푸틴 대통령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새로운 외부 위협과 위험이 부상하면서 현대적이고 언제든 사용 가능한 전력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군비 경쟁에 휘말릴 생각이 없다”면서도 “필요한 수준으로 핵 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은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조치”라고도 말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부 장관도 이번 훈련의 목적은 “적의 핵 공격에 대응해 대규모 핵 공격을 가하는 연습”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훈련을 두고 서방을 향한 러시아의 ‘무력시위’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국제사회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을 풀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자 핵무기 사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를 위협하는 세력을 도우면 공격자로 간주한다는 내용으로 핵무기 사용에 관한 교리(독트린)를 개정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서방을 향해 핵 경고를 강화하고 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이후 자국의 핵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에 집중하는 것은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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