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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잃은 아파트 아이들 위해 '자연의 놀이터' 만들어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부문 공공분야 대상

시립장지하나어린이집

경기도 화성시 장지동에 자리한 시립장지하나어린이집의 전경. 노경 사진작가




킥보드를 탄 아이들과 유모차를 끄는 학부모들이 시립장지하나어린이집의 출입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설계자는 건축물에 필로티를 추가해 어린이집 앞을 보행로이자 마당으로 재탄생시켰다. 노경 사진작가


시립장지하나어린이집 2층에 자리한 보육실의 외부 놀이마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설계자는 테라스가 장지천을 향하도록 배치해 아이들이 장지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노경 사진작가


경기도 화성시 장지동에 자리한 장지천을 따라 공원을 걷다 보면 독특한 모양의 2층짜리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공공부문 대상을 받은 시립장지하나어린이집이다.

설계를 맡은 임재용 ㈜건축사사무소 오씨에이 대표는 ‘공공성의 회복’을 중점에 두고 시립장지하나어린이집을 설계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들여다본 공간이 바로 어린이집 출입구였다.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대다수의 어린이집 건물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설계자는 이 같은 담장이 어린이집을 사적 영역으로 만들어 도시는 물론 일반 주민들과 단절시키고 공공성도 잃게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어린이집 출입구 주변을 공적 영역으로 바꿔 주민들이 공유와 공존의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애초 어린이집이 들어서는 대지는 대지 경계선에서 건축선이 3m 후퇴해 시작하게 돼 있었지만 설계자는 필로티를 추가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결과 어린이집 앞은 보행로이자 하나의 마당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필로티로 조성된 덕분에 학부모들은 해가 강하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 불편함이 없이 아이들을 기다릴 수 있다.

마치 공원에 들어선 건축물처럼 공원과 연결성을 갖는 것도 시립장지하나어린이집의 특징이다. 설계자는 대지가 장지천변을 따라 형성된 공원에 인접한 점을 고려해 건물이 자연과 대립하지 않고 공원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다만 공원에 경사가 있는 만큼 건물의 높낮이를 대지의 경사에 순응해 계획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마당도 경험할 수 있다. 설계자는 대개 아파트에 거주해 ‘마당’을 잃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나마 마당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1층 유아용 놀이터와 2층의 큰 테라스는 장지천을 향하도록 해 아이들이 장지천을 보면서 드넓게 뛰놀 수 있도록 배치했다. 특히 연령대에 따라 마당도 다르게 구성했다. 활동량이 많은 유아반의 경우 같은 연령끼리 공유가 가능한 놀이마당을 조성해 비가 올 때는 빗소리를 듣고 눈이 올 때는 눈사람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함께 텃밭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달리 비교적 활동량이 적은 영아반은 안전을 위해 아늑한 중정 놀이터를 계획했다. 설계자는 “현재 우리 도시에는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놀 수 있는 환경이 많지 않다”며 “아이들이 뛰어놀고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마당을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마당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내부에 다양한 방식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도 눈에 띈다. 설계자는 ‘빛이 가득한 어린이집’을 목표로 세웠는데, 이를 위해 창을 서로 다른 높이와 모양으로 계획해 아이들이 높낮이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보고 시간에 따른 그림자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어린이집의 중심이 되는 다목적홀의 원형 천장을 밝게 구성하고 천장도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만들었다. 영아반의 경우 아이들이 주로 누워 있다는 점을 고려해 누워서 바라볼 수 있는 삼각 천창을 두고 유아반의 경우 여러 높낮이의 창과 천창을 둬 아이들이 다양한 빛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공용 공간에는 천창과 테라스, 중정을 조성해 실내로 채광이 충분히 유입되도록 했고, 식당은 유아들이 오전 간식 시간과 점심 시간에 장지천을 바라보면서 먹을 수 있도록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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