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불과 1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전통적으로 지지 후보를 선언해온 워싱턴포스트(WP)가 이번 대선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 언론계가 떠들썩하다. WP는 1888년 이후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다. 이번 대선이 막판까지 ‘초접전’ 구도를 형성하면서 미국 언론계의 오랜 관행이 깨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윌리엄 루이스 WP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대선에서 WP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25일(현지 시간)부터 28일 오후까지 약 20만 명이 WP 디지털 구독 계약을 해지했다. 이는 WP의 지면과 디지털 기사를 보는 전체 구독자(250만 명)의 8%에 해당한다. WP의 칼럼리스트인 로버트 케이건을 비롯해 주요 편집 간부들은 항의 사표를 던졌다.
WP의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이번 결정이 매체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베이조스 창업자는 2013년 WP를 인수했다. 그는 “특정 신문의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은 선거의 향방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며 “지지 선언은 해당 매체가 편향적이며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인상만 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발은 거세졌다. WP 노조는 항의 성명을 냈고 사설 담당 필진 17명도 성명을 내고 “신문의 근본적인 편집 신념을 포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베이조스 창업자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을 의식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WP가 후보 지지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당일 베이조스가 소유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데이비드 림프 CEO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난 점 역시 논란을 키웠다.
진보 성향 뉴욕타임스(NYT)의 경우 일찍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NYT 역시 1860년 이후 줄곧 지지 후보를 공개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NYT는 지난달 30일 편집위원회 명의의 사설을 통해 “유권자들 사이에 정치적 이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리스만이 대통령을 위한 유일한 애국적인 선택”이라며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첫 임기보다 훨씬 큰 피해와 분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1952년과 1956년에 공화당 후보였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를 지지한 뒤로는 계속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혀왔다.
미국 유력 언론들 가운데 그간 지지 후보를 표명하지 않았던 곳들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NYT를 비롯해 필라델피아인콰이어러, 뉴요커, 보스턴글로브, 휴스턴크로니클 등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뉴욕포스트와 워싱턴타임스, 라스베이거스리뷰저널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한편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의 유력 일간지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이달 편집위원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예정이었지만 사주의 반대로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힐은 “이번 대선이 막판까지 ‘초박빙’을 이르면서 언론들이 후보 지지 선언을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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