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하는 착공 및 입주 예정 물량 등의 통계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시공사가 지방자치단체에 착공을 알리는 착공계를 제출하면 이들 물량을 모두 공사에 착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건설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미분양 가능성,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해 착공계를 제출한 뒤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을 준공 예정 물량으로 간주해 부동산 정책 수립의 근거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잘못된 통계에 따른 부동산 정책 오류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착공계가 제출된 전라남도 목포시 용당동 ‘유달 힐스테이트’ 현장은 공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목포시의 한 관계자는 “서류상으로 착공 상태는 맞지만 실질적으로 공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는 포클레인만 돌아다니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과거 목포 유달경기장이 자리했던 이 현장은 부동산 개발업체인 DS네트웍스가 2021년 공개 매각을 통해 낙찰받은 바 있다. 당시 DS네트웍스는 부지 매각 예정가인 281억 3000만 원보다 무려 3배 이상 높은 936억 7000만 원에 부지를 사들여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DS네트웍스는 현대엔지니어링에 시공을 맡기는 도급계약을 체결한 뒤 2025년을 만기로 하는 약 1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PF도 일으켰다. 이후 지난해 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목포시에 2025년 말까지 아파트를 짓는 내용의 착공계까지 제출하며 사업은 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 현장의 공정률은 사실상 0%인 상태다. PF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목포 현장은 분양 수익이 생기면 일정 비율을 시공사에 지급하는 분양불 방식으로 도급계약이 체결됐다”며 “현재 지방 분양 시장이 좋지 않아 시공사가 착공계 제출 후에도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DS네트웍스의 한 관계자는 “이 사업과 관련해 착공이나 분양 등 확정된 내용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현장은 인허가를 받고 착공계를 제출한 만큼 통계상으로 실제 착공이나 공사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준공 예정 물량으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착공 신고를 한 후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방치하는 현장을 따로 집계하는 것은 어렵다”며 “착공 신고를 할 때 예상 준공일을 함께 기재하는데 예상 준공일을 지난 경우에 한해 따로 추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통상 아파트 준공에 2~3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기간에 공급 예정 물량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셈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입주 예정 물량 통계에서도 이미 허점이 나타나고 있다. 10월 15일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은 올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의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이 총 59만 9823가구로 집계된다고 발표했다. 이 물량에는 현대건설이 광천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광주시 광천동에 공급하는 ‘디에이치 루체도르’ 5611가구도 포함됐다. 부동산원은 이 단지가 2026년 6월 입주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에 따르면 이 현장은 아직 이주 중인 단계로, 2026년 7월에야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주택 공급 물량을 둘러싼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처럼 통계에 허점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착공한 주거용 물량은 4만 395개 동으로 2021년 7만 3145개 동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개별 현장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PF 위기와 미분양, 공사비 인상 등으로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공급 물량은 정부 정책은 물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필수 요소인 만큼 정부가 이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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