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동부 지역에 하루 만에 한 달 치 폭우가 쏟아져 63명이 사망하고 철도 및 고속도로가 유실되는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30일(현지 시간) 스페인 당국에 따르면 전날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발렌시아 동부 지역에서만 최소 51명이 사망했다. 당국은 전날 밤까지만 해도 실종자 발생 사실만 발표했으나 30일 아침 수십 명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사망자가 급증했다고 정정했다.
스페인 기상청은 일부 지역에서 2시간 만에 1㎡당 150∼200리터의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특히 안달루시아 지역에는 10월 한 달 예상 강수량의 4배에 달하는 비가 하루 동안 쏟아졌다. 기상 당국은 해당 지역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안달루시아의 알로라에서는 강이 범람해 구조대가 헬리콥터로 주민들을 구조했으며 276명의 승객을 태운 고속열차가 탈선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다행히 열차 탈선 사고에서는 인명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망도 마비됐다. 국영 철도 인프라 운영사 ADIF는 마드리드-발렌시아 간 고속열차 운행을 30일 오전 10시까지 중단했다. 스페인 공항 운영사 아에나는 발렌시아 공항 착륙 예정이었던 항공편 12편을 다른 공항으로 우회시켰으며 10개 항공편을 취소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폭우 피해와 실종자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당국의 지시를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아직 홍수가 다 지나가지 않았지만 피해 지역 주민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렌시아 우티엘 마을의 리카르도 가발딘 시장은 국영 RTVE 방송 인터뷰에서 "어제는 내 생애 최악의 날이었다"며 "우리는 쥐처럼 갇혔고, 차와 쓰레기통이 거리를 떠다녔으며 물이 3m까지 불어났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한편 스페인 비상대응부대는 1000명이 넘는 군인들을 피해 지역에 긴급 투입해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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