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등 법원 선고가 11월 줄을 이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부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 대표는 각종 혐의에 대해 법원이 유죄로 판결할 경우 신뢰성 타격은 물론 향후 정치 생명까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이 무죄로 판단하면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거나 ‘야당 탄압’이라는 격한 비판에 직면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3차례 법원 선고 결과로 한 쪽은 끝없이 추락할 수 밖에 없는 ‘외나무 다리’에서 이 대표·검찰이 맞닥뜨린 모양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는 14일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선고 기일을 진행한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하면서 제20대 대선 당내 경선에 출마한 2021년 8월 서울의 한 음직점에서 민주당 인사 3명과 수행원 등에게 10만 4000원 상당의 식사를 도 법인카드로 제공한 혐의다. 검찰은 지난 7월 25일 진행된 첫 번째 결심에 이어 지난 달 24일 두 번째 결심에서도 김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하루 뒤인 15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 심리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다. 이는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진 지 2년여 만이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대장동 개발 실무자인 김 전 처장을 “몰랐따”고 말했다. 또 같은 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같은 달 25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선고기일이 열린다. 2018년 12월 22~24일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검사 사칭 사건’에서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위증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다. 검찰은 이 대표를 둘러싼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법원에 각각 징역 2년,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위증교사 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치다. 이로써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개발비리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 이 대표가 받는4개 재판 가운데 절반의 1심 결론이 이달 내려진다.
문제는 이달 내려지는 3개 재판이 이 대표는 물론 검찰에게도 결과에 따라 치명타가 불가피한 ‘단두대’ 매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향후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 경우 현역 의원이 피선거권이 없게 되면 퇴직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도 잃게 된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자금 434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위증교사 재판에서 금고형 이상이 선고돼 확정되면 이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 박탈·국회의원직 박탈이라는 위기에 놓인다. 유죄라는 두 재판의 결과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이 대표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등 사실상 정치 생명에 사형 선고를 받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죄가 없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검찰의 경우도 법원의 유무죄 판단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법원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에 대해 죄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반면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해 죄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면, 검찰은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무리한 수사’라는 등 정치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또 이는 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 시즌2’에 가속이 붙으면서 검찰은 존폐조차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는 양측이 이들 재판 진행 과정에서 법원의 유무죄 판단을 앞두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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