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속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이 지속되면서 올 3분기 주요 건설사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신규 수주 물량 역시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건설사들의 재무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국내 10대 건설사 중 6개 상장사의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분석한 결과 총매출은 21조 4034억 원으로 전년 동기(22조 1087억 원) 대비 3.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2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9396억 원보다 33.5% 줄었다.
건설 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현대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1% 감소했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2.1% 줄어든 236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대우건설 3분기 영업이익은 623억 원으로 67.2% 감소해 주요 건설사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영업이익도 475억 원으로 23.5% 줄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GS건설과 DL이앤씨 두 곳뿐이다. GS건설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한 3조 1092억 원, 영업이익은 35.9% 증가한 818억 원을 기록했다. DL이앤씨의 경우 매출은 4.4% 증가한 1조 9189억 원, 영업이익은 3.7% 증가한 833억 원이다.
건설 업계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원인은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이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값의 지속 상승과 안전·품질 투자비 반영 등의 영향으로 원가율이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최근 공사비 인상을 증액했지만 올해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건설공사비지수는 올 8월 129.72로 5월 고점(130.20)을 기록한 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2020년 대비 30% 이상 높은 상황이다. 또 다른 건설 업계 관계자는 “3년 전만 하더라도 원가율이 80%대였다”며 “현재는 원가율이 90% 이상 치솟아 남는 게 없는 장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건설 업계에 불어닥친 한파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수주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데다 고금리에 따른 원가 부담이 빠르게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의 선행지표를 살펴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건설 수주 규모와 건축 허가 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 18.7% 감소했다. 게다가 정부의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올해 대비 3.4% 감소한 25조 5000억 원으로 편성되는 등 공공부문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김창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공사 원가 부담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영업 수익성 저하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부동산 호황기에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택 사업 확장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차입이 확대됐는데 금리 인상에 따라 높아진 금융 비용 부담도 지속돼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등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 수 있어 장밋빛 전망에 기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5년에는 금리·공사비 등 내재 변수 외에 컨트롤이 불가능한 외생 변수에 대한 적응력과 민첩성을 국내 건설 업계가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