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성들에게 주체적으로 투표하도록 독려하는 메모지가 대학 캠퍼스와 미용실 문 등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여성들의 표가 중요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측에서 표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이같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미용실 문에는 “여성 대 여성으로”, “아무도 당신의 투표를 보지 못합니다”라고 적힌 메모지가 붙었다. 이 같은 메모는 오하이오 주 공항의 한 여자화장실 거울에도 등장했다.
메모지는 ‘속삭임(whisper)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와 같은 대선 경합주나 ‘공화당 텃밭’ 지역, 대학 캠퍼스와 스포츠 경기장 등 공공장소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캠페인은 “당신의 투표는 파트너의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이 개인적인 문제”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투표가 기밀로 유지되며, 특히 남성들에게 그 결과가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목적이다.
캠페인은 성별에 따른 투표 계획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표가 중요한 해리스 부통령 측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와 연인 관계이거나 결혼한 여성이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층은 이런 광고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들의 자율성을 무시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전직 트럼프 백악관 인사부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제이미 프랭클린은 “저는 기혼 여성으로서 결혼 생활에서 단합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한다”며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홍보하는 캠페인은 실망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2020년 바이든-해리스를 위한 여성들(Women for Biden-Harris)을 공동 창립한 질 내쉬가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쉬는 “일부 여성들이 투표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여성들이 민주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했다. 그는 6개월 전 여성들에게 투표가 비밀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이같은 메모를 붙이기로 결정했다.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도 지난달 미시간주의 칼라마주에서 “당신의 투표는 파트너의 정치적 견해와 관계없이 사적인 문제입니다”, “당신은 판단력을 발휘하여 투표할 수 있습니다”라며 여성 유권자를 상대로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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